* 반세기동안 살아온 최 마루 시인의 황당한 경험들-1부 = 식당에서 - ( 2 )
* 반세기동안 살아온 최 마루 시인의 황당한 경험들-1부
식당에서 - ( 2 )
오래전 잠시 실직을 했을 때
그러니까 삼십대 후반 경 시내의 어느 회사에 면접을 보러갔습니다
당락의 결정은 며칠 뒤 통보하겠다하여 관계자와 인사를 나눈 후 회사
밖을 나오자 갑자기 배가 너무 고파왔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세시가 훌쩍 넘었더군요
백수생활을 한 달 정도 경험해보니 일상들이 서서히 무너져버려서인지
식사도 근성적으로 해결했었나 싶어 내 자신을 순간 돌이켜보게 되더군요
하지만 담배도 피워야 하고 뭐도 필요하고 해서 저렴한 자장면이나 대충
한 그릇 할까 싶어 중국집을 찾았지만 쉬이 보이질 않더군요
해서 무작정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보니 허름한 국밥집이 하나 보였습니다
안을 들어가니 시골 분위기에 아주머니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었고 손님
이라곤 선뜻 오지 않을 적막한 곳이었지만 일단 국밥 가격이 착한 것 같아
자리를 잡고 개인적으로 순대를 즐겨하기에 순대국밥을 시켰습니다
얼마 후 국밥이 소반에 담겨 나왔는데 반찬 등 무언가 많이 엉성했으며
순대는 아예 없고 멀건 국물을 푸다가 말았는지 양도 눈에 띄게 부족했고
희멀건 김치와 야채 무침은 아예 말라 비틀어져 있었습니다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소꿉장난도 아니고 뭐 이런 걸 다 내어놓나 싶었고
갑자기 이십 대 후반 때 북부정류장 근처 뚱보 아주머니에게 비슷하게
한번 당해본 경험이 생각났지만 이번에는 뚱보 아주머니와 같이 오십대
후반 경의 나이 대는 비슷해보였으나 매우 마른 체격에 엉성한 퍼머 머리
그리고 멍한 얼굴빛에 무표정의 아주머니였습니다
순간 자리를 박차고 그냥 나가려 했으나 허기도 졌지만 현재 내 처지가
백수인지라 모든 감정을 내려놓고 한 푼이라도 벌려고 저렇게 혼자서
망부석처럼 앉아있는 아주머니가 그저 딱해 보여 그냥 먹어주기로 용기를
내었지요
하지만 식사의 맛과 분위기는 정말이지 컵라면보다 못했습니다
두어 가지 찬에는 아예 젓가락이 가질 않았고 가벼이 몇 술을 김치조각
몇 개와 대충 뜨고는 물 한 컵을 마신 후 계산을 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서는 순간
그 아주머니의 한마디에 정말 주먹으로 날려버릴 뻔 했었지요
오늘부로 식당을 폐업하려는데 손님이 남은 음식을 마지막으로 먹고 가는
사람입니다 라고 이상한 소리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묘한 생각이 들어서
그럼 내가 이 집에 음식 찌꺼기를 돈 주고 사 먹은 거네요 하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런 셈이네요 라고 멍하게 얘기를 하는데 정말이지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한동안 정말 의뭉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여태 살아오면서
두 번째로 기이한 경험을 하고나니 첫 번째 북부정류장에서 당했을 때
와는 달리 무언가 정말이지 참으로 특이 했습니다
그 후론 어느 가게에서든 순대국으로 얽힌 푸대접은 아직까진 당한 일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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