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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공원에 정신 나간 여자 = 세 번째 고비

시인 文明 최마루 2015. 6. 20. 19:59

최마루 시인의 귀한 아들 세 번동안의 고비 -세 번째



3 - 대구 달성공원에 정신 나간 여자


아들이 세 살 되던 2000년 어느 봄날 무렵

대구 두류동에서 비산동 달성공원 근처 빌라형 주택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여러 이유도 있었지만 아들의 여동생도 태어났고 무엇보다 동물들과 친숙

하면 좋을 것도 같았으며 우선 대구 명물인 서문시장 근처에다가 시내도

가까웠고 교통 등이 좋아보였습니다

이사 온지 얼마 후 날씨가 좋았던 어느 휴일 오후 

아내는 딸을 업고 아들은 유모차에 태워서 제가 이끌고는 달성공원으로

가족이 산책을 했습니다

그날따라 차분한 날씨에 여유로운 분위기가 참으로 돋보였습니다

잠시 시간은 곱게 흘렀고 한 중간쯤 곰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딸이 보채는데

아내가 우유병을 가방에서 꺼내고 있을 무렵 아들의 유모차를 바로

제 옆에 두고 딸의 식사를 위하여 아내를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삼십대 중반의 퉁퉁한 여자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유모차

위에 누워있던 아들을 와락 껴안는 것 이었습니다


순간 뭔가 싶어서 그 여자를 바라보니 눈동자엔 아예 초점이 없었고

옷 모양새나 분위기 등이 대번에 보아도 정신 나간 여자였습니다

아차 싶어서 아들을 쳐다보니 목 부분에 할퀸 자국이 선명하게 나있는데

갑자기 용암처럼 열이 끓어오르더군요

순간 아들이 다른 곳에는 이상이 없는지 살피던 중 그 미친 여자는 생각

없이 도망을 가는데 뛰어가 족쳐 버리고 싶었지만 벌써 한 이십여 미터

를 헝실당실 거리며 두 팔을 하늘로 올리고 지그제그로 뛰다가 제 마음

대로 돌아다니는 것 이었습니다

소위말해 정신 나간 여자를 어떻게 나무랄 것이며 만약 그 여자가 순식

간에 다른 방법으로 아들을 해쳤다면 얼마나 끔찍한 사건으로 전이 되었

을까를 생각하니 참말로 아찔하더군요


곧바로 달성공원 관리사무소에 이 사건을 접수하니 공익요원으로 보이는

청년이 그 미친 여자를 찾아나서는 걸 보고 우리 가족들도 바로 철수해

버렸습니다

솔직히 기분 좋게 갔다가 달성공원에서 당한 아들의 상처를 보니 만정이

다 떨어지더군요

그 이후는 달성공원에는 발걸음이 옮겨지질 않았고 벌써 고등학생이 된

아들과 한 번도 다녀간 적이 없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약간의 요금을 지불하고 표를 교부받아 입장했을 때는 그나마

관리가 괜찮은 것 같았는데 달성공원의 무료 개방이후 노숙자나 박카스

아줌마 그리고 정신이상자 등 아무나 입장해버리니 크고 작은 불협화음

들이 곳곳에 일어나기 십상일 것만 같아보였습니다

이렇게 기이한 일을 겪고 보니 사람에게는 열 번의 좋은 추억 중에

한 번의 나쁜 기억을 오래도록 품어버리는 본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가깝고도 멀어진 달성공원 근처에서 벌써 십여 년이

훌쩍 가버렸네요


세월은 저렇게나 빠르게 도망가 버렸는데 얼마 전 달성공원을 지나치며

차창 밖으로 정문을 바라보니 아직도 어릴 때 멀찌가니에서 바라보았던

키다리 아저씨가 빙그레 웃으시던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정문 입구엔 키다리 아저씨와 악수하던 웬 귀여운 꼬마가

저와 무척이나 닮아있었습니다


며칠 뒤 가족들과 함께 달성공원에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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