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실한 화원정가
신실한 화원정가
詩 최마루
솜털처럼 포근한 온 세포가 노곤하니 아늑한 오후
온화한 마음을 열어두고 시외를 담담하니 거닐던 중
어느 기이한 과수원 앞에 문득 멈칫해보니
포도나무와 사과나무가 예사롭지 않게 마주 보고 있었습니다
마침 능글거리는 사과나무가 포도나무에게 빗대기를
그대의 과육은 어찌 그리도 졸망스러운가 하고 놀려대자
함초롬히 고개 숙인 포도나무가 거한 목소리로
외형만 번들하게 크다고 자랑 말아라!
올라갈수록 하늘 가까이 그대와 나는 점처럼 보일 뿐
대가리 크다고 뭐가 그리 대수인가!
하아! 그러고 보니
나의 과육들은 머리도 많지만 씨도 그대보다 훨씬 많다네
세상의 이치에 적은 게 있으면 많은 것도 있는 법
어째보니 그대의 대갈통은 과분수를 닮았군
우리네 삶을 찬탄하는 사람들은 포도주를 좋아들 하지
사과주가 감히 앞서갈 수나 있겠는가!
그대야말로 수박 앞에선 함부로 깝신거리지 말게나!
하지만 그대 나름 멋있어!
입 다물고 조용히 삶의 당도나 높이시게!
그대나 나나 뉘들의 간식거리에 만족해한다면
그 또한 음미의 생애에 마지막 괜찮은 사명이었네
심경이 간간이 고루한 그대여!
또 한 계절 조용히 아늑하게 살다가
내 탓 네 탓 말고 언제든 미련없이 떠나세나!
충언이 끝나자 사과나무는 점점 얼굴만 붉어져버립니다
* 고루(固陋) : 낡은 관념이나 습관에 젖어 고집이 세고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지 아니함을 가리킴
★ 글쓴이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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