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음식 연속기획 17 )
군대 라면
시인 최 마루의 병영일기
고통스러웠던 훈련소 3주차
맛없는 짬밥만 먹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딱 한번 라면을 배식 받던 날
그 묘한 기분이야말로 정말이지 최상이었습니다
더구나 맛나게 먹을 수 있음에 대한 그 기대심리는 훈련복을 입고 있는
처지에서는 대단히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찐 면에 대충 끓인 스프 국물이어서 맛이 오묘했으며 문득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맛있는 라면을 생각하니 너무나 비교가 되어서
순간 마음 한구석이 쨘 했습니다
자대에 배속이후 라면이 너무나 먹고 싶었지만
현실은 인격조차 마구 까이는 졸병이었고 사정이 여의치가 않아서
기회를 보다가 절묘한 시점에 동기 몇이 몰래 숨어서 봉지라면을
급히 먹게 되었습니다
서걱이는 면발에도 아랑곳 않고 정신없이 먹던 순간
내 자신이 참으로 딱해보였습니다
자대에선 한동안 매주 일요일 아침에만 컵라면 두 개를 배식 받았습니다
그런데 부대 포상공사로 당시 근무하던 부대에는 식당이 없어서
본부포대에서 지원한 미지근한 물에 면발을 불려먹던 엿같은 맛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컵라면마저도 일요일 아침때 몇 번을 그렇게 주더니 군인은 무조건
짬밥을 먹어야 된다며 어느 높으신 분이 라면 하나 제대로 못 먹는
졸병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고 단호하게 차단을 하더군요
그 후 당연히 일요일 아침마다 그 묘한 내음의 짬밥을 다시 만났습니다
라면이란 게 군인들에겐 참으로 묘한 간식이자 사연이 넘치는 대상입니다
거의 졸병 때는 라면 냄새만 맞다가 마음 좋은 고참이 끓여서 어쩌다
조금이라도 주면 강아지처럼 얻어먹는 처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도 복이 터지더군요
상황실에 야간근무 중 인품이 좋은 고참이 반합에다가 안성탕면 두개를
끓여주었습니다
너무나 맛나서 정말 울면서 먹었지요
지금도 가끔 그 생각을 하면 고마웠던 고참에게 최고로 좋은 식사를
정성껏 대접할 생각이 활화산처럼 피어오릅니다
분기마다 크고 작은 훈련에는 짬밥이 시원찮아서 양은 세수대야 하나를
구입하여 라면 이십 봉지를 부대원 몇 명과 나누어 먹기도 했습니다
군용라면의 특징은 국물이 거의 없다는 것 이지요
그릇처럼 생기면 아무데나 끓여서 라면봉지를 손바닥에 턱 올려놓고
젓가락은 주변에 널렸으니 꼬들꼬들한 면만 마구 흡입해버립니다
매복이나 수색에 참여할 때마다 몰래 챙겨간 군용주전자에
라면을 끓여 먹으면 최고의 행복이었지요
국물없이 그렇게 먹으니 다섯 개정도는 가볍게 마셔버릴 것 같았습니다
아쉬웠던 것은 마음 편히 맛깔난 국물을 듬뿍 마셔보았으면 했지요
군 생활 중에 어느 특출한 몬도가네는 라면에 뱀이나 개구리를 잡아
아예 보양식으로 즐기는 걸 보고 토악질이 나올 뻔 했습니다
참으로 희귀한 이들도 많았으며 포병들이어서인지 덩치들이 엄청났습니다
글쎄 농구공을 한손으로 잡고 백 키로가 훨씬 넘을만한 돌을 양쪽에 하나씩
메고 산을 가벼이 오르내리는 괴물도 있었습니다
어쩌다 제대하는 고참의 회식이 있으면 안주는 무조건 라면이었습니다
당시는 오십 개들이 라면 한 박스를 끓여서 식판에 쭈욱 부어놓고
군용수저로 마구 퍼 먹었습니다
열댓 명 정도면 단 몇 분 안에 끝낼 양밖엔 되질 않습니다
그러니 라면의 인기야말로 어느 국민배우보다 엄청 났었지요
이상한 건 구 개 월 정도에 한 번 있던 귀하디귀한 휴가차
집으로 돌아오면 그토록이나 사모했던 라면이 전혀 댕기지도 않다가
부대 복귀만하면 그 라면의 특유한 맛들이 혓바닥을 미치게 하더군요
겨울에 페치카 담당들이 깡통에 라면을 자주 끓여 먹는 걸 보고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군 생활 중에 그만큼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던 게 바로
위대한 라면님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나 입지 못하던 군복을 거룩하게 입어 보았던 자로서
라면이야말로 별미이자 너무나 귀한 추억으로 새겨둡니다
이후 군 법당에서 어쩌다 백인분의 라면을 끓인 적이 있었습니다
군납용 라면으로 스프가 딱딱하게 굳어있더군요
하지만 군인의 신분이고 보니 어디 가릴 처지도 아니었습니다
취사식판에 찐 라면 보다는 낫지 않을까 해서 정성껏 끓였는데
사십 여 번째 배식 받던 군인부턴 우동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쯤 배식 받던 군인에게 퉁퉁 불은 면이 너무나 미안했지만
그래도 남김없이 맛나게 먹어주던 이는 강건한 군인들뿐이었습니다
* 시인 최마루의 생각 중
현역들에겐 라면하면 군대이고 군대하면 라면이라 해도
실로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강원도에서 포병부대에 근무할 당시 상병 7호봉 이상 (당시는 병사들의
진급이 6 7 8 9 순으로 군복무 20개월 정도) 되어주어야 라면정도는 슬슬
눈치 보며 끓여 먹을 수 있었으며 그마저도 편안하게 먹지는 못했습니다
왜냐면 당시만 해도 최전방에 대부분 고참들의 의식 속에는 귀한 라면
한 젓가락이라도 분과별로 무조건 후배들과 함께 먹어야한다는 의리 때문에
보다 많이 끓여서 후배들을 챙겨주고픈 심성이 부모처럼 강하게
살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열대로 적당한 완력과 얼차려 등 살아있는 군기를 엄청나게 강요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싸가지 없는 고참들은 제 입 챙기기에 바빴는데 후배들이
말만 안했을 뿐 슬쩍 고개를 돌려버리기도 했습니다
필자가 근무한 포병부대의 경우는 라면 정도를 편히 먹으려면 군 생활이
25개월 정도 짬이 되어주어야 식사 때마다 봉지에 스프와 뜨거운 물을
붓고는 대충 익혀서 먹어주는 봉지라면과 아예 끓여서 밥과 말아먹는
정도가 최고참급들의 특권이었지요
당시에 하사관이나 장교들은 부대 내에서 라면정도는 눈치없이 끓여 먹어도
훈련 시는 장사병 따로 없이 정말 똑같이 먹었습니다
계급만 다를 뿐 현실감은 다른 게 없으니까요
그야말로 특별한 고명도 없이 면에 스프만을 풀어 끓이는 게 전부였습니다
필자가 입대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제대가 얼마 남지 않은 열외고참 하나가
바로 앞에 마주 앉게 해놓고 놀린답시고 끓인 라면을 들고 와서
킁킁 소리 내며 냄새만 맡게 하고는 혼자 국물까지 홀딱 쳐먹더군요
가당찮게도 라면 하나에 제 자존심이 뭉개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포병부대의 특징은 내무군기가 아주 엄격했으며 한꺼번에 백 명 가까이
되는 부대원들과 어울리다보니 그 엄청난 텃새가 나름은 심하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입대 일주일은 근무와 작업정도는 열외를 시켜주고 팔 일째부턴
본격적인 군 생활에 사정없이 접어듭니다
포병이어서인지 곡괭이자루와 야삽 단가 등과 친하게 어울리며 원산폭격
한강철교 집합 또 집합 야간집합 포상집합 절토진지 집합 식당집합
법당 뒤 집합 상황실집합 외에 늘 한따까리도 부족해서 주야 근무 나가면
고참놈 성격따라 퍽퍽 졸병들 옆에서 눈치 주며 함께 쓰는 고참놈들 때문에
소원수리서는 그야말로 형식이었지요
특히 포병부대는 내무군기가 워낙 강해서 매일 저녁마다 집합 시에
무슨 꼬투리라도 잡아서 군화발이 사정없이 날아왔으며 해산이후부터는
서열대로 줄빳따가 마구 내려왔습니다
그렇게 터지고도 마음이 그나마 호의적인 고참들이 라면을 끓여서
위로해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했습니다
병 주고 약주는 격이었지만 졸병들에게 그 맛은 최상이었습니다
특히 사병들의 세계에서 어쩌다 이웃 부대원과 공유작업이나 훈련 시에
라면을 대접하는 것은 최대의 호의였으며 담배 맛과 함께 최고의 맛을
각인시켜주었습니다
소망이 있다면
군인들에게도 일주일에 두 번이상은 먹거리에 자유를 주어야할 것입니다
특히 선임들은 치사하게도 먹는 것으로 너무 텃새 부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금도 어려운 군복무에 후배들에게 정말 마음을 다하여 제대로 쏘는 라면
하나가 제대 후 그대의 일생에 아름다운 그림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절대 잊지 마세요
* 엄숙하게 군복을 입고 대암산에서 가칠봉을 바라보며 적진을 향하여
위용의 T N T사격을 명받음은 오로지 조국의 통일과 위대한 평화를
목숨같이 사수하라는 일념의 전광석같은 명령이었습니다
이 글은
필자가 군 복무 중에 개인적인 경험을 작품화하여 창작한 글이며
군대생활을 절대적으로 고귀하게 추억하는 군예찬론자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조국의 군문은 아무나 쉬이 들어가서
아무나 귀하게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었지요
군인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었으며 푸른 군복처럼 뼛속까지
늘 푸르른 청솔같은 군인이어야만 했습니다
팔구십 년대 당시에 육군 현역은 30개월
공군 해군은 36개월의 적잖은 복무였으며 더구나 우리나라에
각각의 특수부대원들의 숭고한 가치와 정신력이 너무나 투철하여
그 위엄이 세계적으로 드높았음과 동시에
이 땅에 육해공의 전군이
피맺히게 합심 노력한 것들이 최강의 한국군으로 각인되어
그 위상을 세계만방에 한층 끌어올린 최상의 결과물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세월이 도도히 흐르는 만큼
군문화도 당연히 훨씬 성장 발전되어 가리라 믿으며
한국인의 저력을 애써 다하는 고군분투에 힘찬 응원과 박수를 보냅니다
무엇보다 이 세상에 가장 강건하고 용맹한 한국군의 빛나는 입지를
오직 평화와 자유를 향하여 보다 드높이길 항상 기원해봅니다
한때 강인한 군인이었던 만큼 위대한 포병의 자부심으로
조국과 민족을 향하여 오직 초탄명중을 사수한
백두산 포병부대 예비역인 시인 文明 최 마루
절도있게 웅장하게 거수경례 합니다
탄-켤!
- 이상 -
☆ 글쓴이 소개 ☆
*대한민국 시인 文明 최마루님의 글입니다.<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음>
*<주의*주의!!동의 없이 무단전재, 표절 및 재배포, 복사등 절대금지>
choe33281004@nate.com *여러분의 즐거운 감상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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