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시
詩 최 마루
마침내 현란한 옥토의 주름에
꽃잎같은 고뇌들이 연기처럼 펼쳐져있었다
천정에서 가장 아름다운 샛별은
버섯처럼 피어서 달무리에게 평온을 남긴다
화석으로 껴안은 애절한 연인에게
사랑의 원죄가 가련해서 슬피만 울고 있다
깍지 낀 손마디에 갈비뼈가 서러이 새어 나온다
한 맺힌 이들의 고통을 하늘만은 알고 있었다
가끔은 뼈대만 남은 이기적인 도시에
붉은 침묵은 하얀 입술을 광기로 드러내었다
넘치는 세기마다 인고의 방패에
고대의 잔상들이 수묵화처럼 허물어져있었다
성스러운 십자가에 매달린 거미줄과
고난의 십자가를 품은 지친 자갈밭에
인간들의 지독한 이기와 독선이 흩어져있었다
온통 이끼에 휩싸인 눈동자엔 코끼리의 코가
검은 땅속을 영겁으로 내밀어서
고혹한 하늘을 향하여 서러이 울부짖고 있다
언제나 처절하도록 사악한 연기가
절벽을 타고 우람한 개미집을 헐어놓는다
낭떠러지에 촛불은 백골들을 태우고 있었다
누런 백골의 탑에 TV수신음이 결핵을 앓고는
냉기 가득한 소음만이 허공을 가른다
어느덧 꽃동산보다 화려한 공동묘지 앞이다
늘 인생은 부메랑이었다
원형의 성에 원혼의 함성이 서려있었다
플라스틱 비행기가 새를 쫒아간다
비틀어진 백골사이에 주름의 묘상한 골마다
생의 향기가 운명으로 스미어있었다
기이한 음률이 실제의 빗방울을 나린다
* 환시(幻視) : 실제로 존재하지 아니한 것을 마치 보이는 것처럼 느끼는
환각 현상을 말함
☆ 글쓴이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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