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세기동안 살아온 최 마루 시인의 황당한 경험들 - 1부
시내버스에서 - (1)
1993년 어느 초여름
필자가 이십대 후반 경
평생 잊지 못할 황당한 경험의 일부를 오늘에서야 서술해봅니다
군제대후 복학 중에 뜻한 바가 있어서 고시원에서 숱한 책장을 넘기고
있을 무렵
법무부 공무원이었던 선배의 권유로 나들이 삼아 대구 시내 중앙도서관으로
버스를 타고 가던 오후였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와 도서관에서 몇 종류의 귀한 서적을 탐독한 후
저녁 즈음 가벼이 맥주 한잔을 오붓하게 나누기로 했었지요
당시 공부에 찌들린 나날을 생각하면 그날은 간만에 호사라 들뜬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지만 제일 뒷좌석 오른쪽 세 자리를 제외하곤 빈자리가 없어
서 선배와 그 자리에 착석을 했었습니다
처음 승차할 때부터 묘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 버스는 매우 낡아 있었고
제일 뒤편에 위치한 길쭉한 뒷자리 부분에는 사람이 기대거나 잡을 수 있는
손잡이나 기다란 봉대가 이상하게도 전혀 없더군요
몇 정거장을 지나자 뚱뚱한 오십대 중반의 아주머니가 큼직한 함지박을
이고는 매우 버겁게만 승차계단을 천천히 올랐습니다
이미 버스 안에 승객들은 의자마다 착석해있었고 빈자리래야 제일 뒷자석
에 그러니까 바로 제 옆에 딱 중앙으로 한사람이 착석할 수 있는 공간 밖
엔 없었습니다
잠시 두리번거리던 아주머니는 뒷좌석 중앙의 빈자리를 발견하고는 머리
에 이고 있던 함지박을 하차문 근처에 내려놓고 제 옆으로 뒤뚱거리며
아주 힘겹게 다가와서 휘유하며 한숨을 쉬더니 커다란 엉덩이를 무겁게
밀어 넣으며 제 옆으로 느릿하게 앉았습니다
몸빼 바지에 차림새도 그렇거니와 순간 비릿한 내음이 나는 걸 느끼며
생선 장사를 하시나보다 생각 했죠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고시원에서 새벽까지 못잤던 잠을 소소히 흔들리
는 버스에서 쪽잠을 청했습니다
그러고는 몇 정거장을 차분히 가던 중 갑자기 버스가 미친 듯이 급정거를
해버렸습니다
방심한 순간이었지만 순발력이 뛰어났던 젊은 나이인지라 선배와 뒤엉켜
그나마 바로 앞좌석 의자의 손잡이를 간신히 붙잡았습니다
순식간에 곳곳에서 약간의 비명소리도 들린 그 순간
우측 편에 앉아있던 사십대 아저씨도 비척거리며 앞좌석 의자를 간신히
붙잡는 찰나
그렇게 별안간 급정거하던 그 의아했던 순간
아!
동시 제 옆에 있던 그 뚱뚱한 아주머니는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나갔습니다
그러다가 버스 중앙쯤 그러니까 하차문 지점에서 엎어지더니 운전석까지
기똥차게 슬라이딩을 해버리더군요
그 기이한 모습에 안타까움과 묘한 분위기로 모든 승객들은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정말 일순간에 일어난 망측한 광경이었습니다
슬쩍 앞을 바라보니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버스 앞으로 농구공을
놓쳤고 아이 중 한명이 뛰어드는 바람에 버스가 급정거한 상태였습니다
화가 잔뜩 난 운전기사는 아이들에게 무척 야단을 치시더군요
그리곤 승차문을 금세 닫고 이어 출발하려했습니다
그런데 아주 당혹스러웠던 분위기가 운전기사의 한마디에 모든 승객들은
박장대소를 하고야 말았습니다
급정거를 한 후 아이들을 심히 나무래던 운전기사가 무의식중에 뒤를 돌아
보게 되었고 아무렇지도 않게 무뚝뚝한 표정으로
아니 뭔교 아지매!
여서 뭐할라꼬 엎어져 있는교
퍼뜩 자리에 앉으소 라고 하더군요
순간 모두 웃음이 터져 야단이 났었지만 성격 좋으신 아주머니는 일어
나서 혼자서 궁시렁궁시렁 거리더니 꿋꿋하게 뒷자석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건 아주머니가 옆자리에 앉자마자 계속 잔방귀를
뀌어대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더군요
앞전에 있었던 작은 사고로 무언가 많이 불안해하셨습니다
당연히 붙잡을 곳도 마땅치 않았고 그렇다고 안면식도 전혀 없는 사람들
과 팔짱을 끼울 수도 없었으니 얼마나 답답만 했겠습니까!
그걸 보자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몇 정거장을 지나갈수록 사람들
의 승차는 늘어나기 시작했고 빈자리는 쉽게나질 않았습니다
얼마지 않아 앞쪽에 빈자리가 생기자 저는 다른 사람이 착석하기 전에
큰소리로 아주머니 저기 자리 하나 있습니다 라고 외치자 뒤늦게 탑승한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몇몇이는 저를 쳐다보더군요
아주머니는 그 소리를 듣자 급히 그쪽 자리로 다급하게 착석을 했습니다
선배와 함께 도착지까지 그렇게 우연한 사연을 남기고 먼저 하차할 즈음
아주머니는 저를 보고 작은 미소를 주시더군요
저녁 가벼운 술자리에서 선배가 먼저 버스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던지며
배를 움켜잡고는 한참을 웃더군요
저 역시 쌉쌀한 맥주 한잔에 거품처럼 떠오르는 그 아주머니의 승차 때와
함께 급정거 시 매우 뚱뚱한 체구를 일으켜 갑자기 힘차게 뛰어나가든
당시를 이십 여 년이 지났어도 어제 일어난 일처럼 선명하게만 떠오릅니다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버스에서의 황당했던 그 사건이 문득 생각나면 홀로
빙그레 웃을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중요한 건 가끔 생각날 때마다 불쑥 올라오는 웃음은 거의 고문이지요
특히 장례식장이나 아주 경건하고 엄숙한 자리에서 말이지요
하지만 이런 경험의 부작용이 좋은 건지 어쩐 건지 정말 아직도 헷갈리기
만 합니다
☆ 글쓴이 소개 ☆
*대한민국 시인 文名 최마루님의 글입니다.<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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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e33281004@nate.com *시인 최마루의 분홍빛 문학정원에서
언제나 이채로운 나날처럼 여러분에게 즐거운 행복만을 고대합니다.
인터넷 사이트에 최마루 시인의 단아한 음률들과 함께 어울리어
세상에서 가장 평온하게 여러분의 고혹한 감성 마음껏 열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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