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은사님께
20여년 전 고등학교 은사님이신 손생곤 선생님께
시인 최마루가 애잔한 노래를 한 곡조 올립니다
2010년 8월 10일 저녁 6시30분
고교 은사님과 단둘이 20여년만의 해후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현재 대구 모여상에 교장선생님으로 재직 중이시고 그동안 많은 세월들과 부딪히신
흔적들이 한눈에 고스란히 보였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이셨는데 체구가 매우 좋으셨고 성품 역시 단아하시면서도
엄격한 분이셔서 학우들이 꽤 무서워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생물을 담당하셨는데 여느 과목 못지않게 강한 교육열을 보이셨고 제자들 모두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하여 더 없는 사랑을 주신 분이셨지요
당시 한 학년 정원이 800여명을 넘었고 인문계고교다보니 학구열도 대단했었지요
한창 놀고 싶은 나이였지만 말이 야간자율하습이지 3년간이 너무나 지겨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재학 당시 많은 선생님들과 우리들은 땀과 책과 그리고 방학까지 반납하면서
지겨운 공부와 싸웠지요
오래전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졸업이후 군 입대다 학업이다 취업이다 결혼이다 등등
삶의 지속적인 태동 안에 이렇게 선생님의 큰 기억을 저는 점차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간혹
선생님을 문득문득 생각하곤 했지만 못난 제자가 스승을 마음 안에 두고도 쉽게 접근하기란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왜냐면 스승님 앞에서는 항상 작고 부족한 게 제자의 모습이고 큰 산 같은 분이시기에
말 한마디라도 조심 또 조심이 앞서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80년대 중반
재학시절 당시만 해도 스승님의 위상과 입지는 대단했으며 학칙과 규칙은
어떠한 법률보다 엄격했지요
그래도 놀때는 화끈하게 학습시간에는 나름 열심히 했으며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본받아
반듯하게 이행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했었습니다
글쎄 말입니다 어느새 시간이 훌쩍 20여년을 감쪽같이 넘어버렸네요
실상 말로써는 도저히 형언하기 힘이 듭니다
20여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일식집에서 선생님을 뵌 순간 세월만큼 너무나 변해버리신
손생곤 선생님
그리고 못난 제자를 편하게 해주시는 깊은 배려에 그 깊으신 마음 진심으로
가슴 깊이 안아버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자리에 앉자마자 자네 술은 할 줄 아는가라고 말씀하시면서 맥주로
우선 목을 축인 후 소주를 각각 한 병씩 나누기로 한 다음 지난 20여년 전 추억들을 하나씩
들어 올렸습니다
선생님의 깊은 주름에 수많은 제자들의 애환이 걸려있는 것 같았고 스승님의 참사랑은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높다는 것을 또 한 번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지요
말씀 내내 편하게 하라고 일러주셨지만 제자 된 도리로 어디 마음이 그렇습니까마는
저 역시 선생님께 편히 다가서기 위하여 음주의 속도를 조금 높혔습니다
저도
이제 중년의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선생님께 편하게 한다고 했는데도 긴장감에 주눅이
들어 버리니 필자의 재학당시 기억으로는 선생님이 엄하고도 무서웠던 분이셨던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편한 것 같아도 정말 부담스러운 자리임에는 틀림이 없었습니다
지금에서야 느끼지만 인간적인 현실 교육을 아낌없이 주신 선생님을 왜 진작 못 뵈었을까 하는
자숙도 가져보았습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이런저런 대화들로 한창 무르익을 무렵 문득
저녁시간인데 저녁은 안 드시고 왜 선생님께서는 술을 한잔하자고 하셨을까
고등학생일 때는 몰랐는데 선생님과 술도 한잔하는 날이 다 있는걸 보니 근래 최마루의 축축한
삶의 향기에 꽃이 피는 날이었네요
간곡히 제가 선생님께 부탁 올리고자 하는 것은
항상 건안하시고 우리 선생님 주위에 행복과 행운이 늘상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선생님의 귀하신 교육과 참사랑의 말씀들을 이 제자 최마루의 삶에 향기롭고 고운 뜻으로
평생 가슴깊이 새기겠습니다
오늘 선생님과 함께 한 이 시간들이 제 기억 안에는 정말 어느 꽃보다 아름답고 예쁜 시간들로
영원히 우아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소금이 되라며 올바른 길로 인도하여 주신 참스승이신 손생곤 선생님
참으로 감사하오며 그 은혜가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진정 높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그 많은 학교 중에 또 수많은 선생님을 너머 법원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처남 역시 고등학교 때
담임이셨다니 저와는 보통 인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장마의 뒷 끝이라 오늘따라 비가 엄청옵니다
선생님과 헤어지는 순간 빗물처럼 흐르는 영상들이 저의 여린 마음을 애리게 합니다
오늘 이 기쁜 날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찾아주어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몇 번이나 하시는데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연락되는 동문들과 함께
앞으로는 귀한 선생님을 자주 뵈어야겠습니다
선생님 항상 편안한 시간되셔요
손생곤 선생님의 제자
대한민국 시인 文名최마루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