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바닥
시인 최마루의 2013년 3월 중순의 심경
호박같은 머리가 통통하게 익어갈 무렵
맑은 영혼을 안고 철옹성같은 벽과 어둠을 헤쳐서 하늘 밖을 원대하게 그려왔습니다
그럼에도
살다가살다가 희한한 인연으로 얽히고 섥히며 희노애락의 우물에서 제 멋대로 판단하고 이해하였습니다
허나 독기같은 오해 하나가 제 생에 걸망처럼 덤벼 들었지요
서럽고 배고픈 현실을 아무리 부정하여도 냉정한 현실은 기나긴 삶에 찰거머리처럼 징그럽게도 챡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참으로 길고도 짧은 세월 속에 못난 자의 심경은 제대로 울퉁불퉁이었습니다
원인이사
아무런 댓가없는 창작열의에만 숱한 세월을 보내었으니 내 배고픔보다 처자식의 고생이 참으로 말이 아닌지라 작가로서의 고통이 도저히 헤어날 길조차 없이 막막할 뿐이었습니다
더불어 언론매체에는 매 시간마다 말도 되지 않는 사건사고와 이기심 이타심등의 오물들이 쏟아져 내 여린 마음을 아프게 하였고 미쳐버린 세상이 자연법칙의 밖으로 운용되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까와집니다
늘은
상심에 휩싸여 염세적인 표정을 벗어나지 못하니 사랑하는 가족에게는 또 미안했고 청순한 하늘에게 죄송했으며 내 가슴에 불꽃같은 감성에게 잠자고 싶었습니다
허나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사명을 가슴엔 문신처럼 새기고서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하여 이 시대를 공존하는 것인가에 심대하게 고민중입니다
때때로 계절마다 따라오는 고독보다 더 힘들고 지겨운 건 허접한 말조차 나누지 못할 심경과 쥐코 밥상같은 것도 귀할 때 차마 생사에 깊은 상념의 눈물이 제 앞을 가려버립니다
아울러 도덕과 윤리를 깊은 심중에 챙겨 두었으나 본의 아니게 치사한 물질들이 제모양의 사람구실을 알고서도 서서히 멀리하게 하였습니다
짐짓
타인들은 무능력하다고 욕을 해도 원망은 아니하겠습니다만 이 시대의 고립된 서정과 서경과 서시등은 누군들 이루어야만 하는 이 시대의 대역사적인 언어행위임을 반드시 피력하고자함입니다
이러한 거룩한 문학의 성전에 그 어떠한 탐심이나 오욕은 절대금물이지요
문득
허접한 생각이 많아지자 가끔씩 달려드는 급성호흡증후군이 미친듯이 나의 생명을 바삐 갉아 먹어버리는 듯 하와 이만 피골상접한 육체를 이제는 잠시 쉬게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온통 머리안의 진통으로 골병든 사색은 물이 되어 미끌거립니다
단순히 생각해보니 주먹만한 새도 제 갈 길이 있는데 하물며
하! 거미줄같은 인간세상의 복잡다양함에 참으로 다시 할 말이 없어져버립니다
제 중심의 요지는 애증의 삶이 미운 게 아니라 이런 물컹한 성정의 내가 한없이만 미워집니다
* 오래전부터 아니 아주 어릴 때부터 매일 일어나는 특이한 사연들이 제대로 얽히는 날이면 나 홀로 여린 마음을 다독이지 못하여 무척이나 아파했습니다
처음엔 그게 고독인지 고통인지 번뇌인지 몰랐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즈음하여 복잡다양한 삶의 파동을 감지하고 지금껏 가슴의 파도를 다스리지 못하여 수년전부터는 꿈속에서조차 심상치않습니다
차라리
미쳐버리고 싶었지만 문학이란 오솔길을 만나서 언제나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어느새
거울을 보니 그 젊은 날의 희멀건 청년은 간데없고 머리에는 서서히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 삶에 문신처럼 자리 잡은 시어에 행복하지만 기나긴 세월에 너무나 지쳐만갑니다
현재의 속내를 몇 자 써놓고 보니 이것조차 단순하게 괴로워집니다
언제 아니 살아생전 조용히 머리 한번 시원하게 밀고 깊은 산속으로 가야겠습니다
아직도 미련한 삶의 우물이 내 본능의 목마름에 유혹을 하는 것 같아 송구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저
할 말은 태산같이 많지만 끝내 둔한 사람인지라 침묵속에 제 홀로 뜨거운 마음들을 쉼없이 태우렵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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