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근이
詩 최마루
내가 아는 이 친구는 참으로 착하고 순수 했어
어렸을 때는 큰 눈이 둥글어서 친구들도 많았지
입맛이 짧은 편이라 많이도 야위었어
아마 편식대장이었을 거야
술을 무척 좋아했던 아버지를 마냥 싫어했지
지금은 아버지보다 그가 더더욱 즐기지만
무례한 현실에 맞서다보니
가만히 있어도 옆에서 부딪혀 오는 게 많다더군
자족하고 살아도 그 속인들 편하겠어
나이가 들어가도 마음은 늘 소년이고 싶어 했지
예쁜 아내에게 장가들어 붕어빵 둘을 만들어 놓았더군
몇 해 전 직장을 잃고는 소주병을 많이도 빨았지
하기야 먹고 사는 게 혼자만의 일이냐구
한 세상 성기게 살다가 푹신하게 잘 가면 되지
오늘은 날씨가 빼어나게 좋군
창문너머에 산세도 수려하니 미끈만 하구
사는 게 뭐 별거야 있겠어
이래저래 마음 맞추어 살다가 시계바늘 부러지는 날이면
미련없이 숟가락 탁 놓으면 되지
여생에 염려없이 사는 게 좋으련만
재미있을 생애에 국어사전이나 한동안 뒤지다가
이색적인 낱말 꼼꼼히 골라 습작의 좌판에 깔아놓고
아름다운 시어와 흥정이라도 하다가
낡은 원고지에 덜커덩 붙여 버리지
그만의 특별한 취미라 그러다 지치면 몸 뉘우면 되구
회상을 재현해보면 그래도 어릴 때가 너무 좋았어
이제는 이미 많은 걸 보고 듣고 알아버렸어
세월의 무게에 농익은 뼈는 심히 검게만 물들고 있어
하얀 머리카락이 지난 세월을 알려 주더군
고약한 심사에 잿빛 추억이 구름처럼 몰려오니
이만 펜을 잠시 접기로 하지
* 자족(自足) : 스스로가 넉넉함을 느낌
☆ 글쓴이 소개 ☆
* 대한민국 시인 文明 최 마루님의 글입니다.
<-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음 ->
* < 주의 - *주의!! -
동의 없이 무단전재, 표절 및 재배포, 복사등 절대금지 >
choe33281004@nate.com
* 여러분의 즐거운 감상바랍니다.
'아! 나의 영원한 사랑이어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의 쾌청한 이름 (0) | 2013.05.24 |
---|---|
보 (0) | 2013.05.18 |
<팔공산 메아리> (0) | 2013.05.16 |
누룽지 (0) | 2013.05.12 |
시계 (0) | 2013.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