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詩최마루
나는 당신을 어쩔 수 없이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싫네요
저는 당신이 좋지는 않네요
당신은 항상 나를 미치게 하지요
당신의 새침한 얼굴
순박하지는 않아요
어정쩡한 당신의 얼굴 그려놓고
내일은 배를 타고 목성으로 떠납니다
지금 당신 생각하니 스르르 잠도 오고
어제 같던 일들이 흐릿한 기억들과 쾌속정을 타고 별처럼 떠나야 했지요
세상여행을 오고 보니 갑자기 늙어버리네요
머리카락이 이유 없이 하얗게만 자랍니다
자신도 잘 모르는 세상 이상할 수 밖에요
한때 상상의 이민도 갔었지요
밤 아홉 시에 잃어버린 시간에 체포되어
서둘러 화성의 호텔로 돌아간 적도 있었답니다
우주에 서커스 공연중인 ET와 점심을 함께하고
세상 사람이 아닌 듯
물컹한 이 느낌뿐이랍니다
작별이 아닌 순간적인 판단이었지만
은하수에 나를 팔았어요
나를 팔았다구요
이제 나를 찾을 필요가 없겠네요
나를 사랑했던 당신
울지는 마세요
얼음 술 한잔 들고 찰랑거릴 때
삶이 고단한 분은 빨리 구조신호를 보내주세요
이 보세요
그때는 당신과 잘 어울리나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