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연의 계곡에서
詩 최 마루
온갖 사연들이 헝클어진 파지위로
옹알지게만 그려진 글자들과 뒤섞여
한동안 부석해진 나날들을 바라보며
구겨진 종이마다 삐뚤하게 매달린 채
세월의 이끼들을 한껏 피워냅니다
누군가의 기괴한 통한조차 서러워서
탑처럼 쌓인 고뇌마저 타들어갈 때
하얀 생명에 마디 같았던 수염발이
어느새
중후한 시간들을 고이 찾아나섭니다
마침내
어느 계절의 끝자락에 쉬이 어울리면
베품의 자연으로 풍성하게 화답하듯
찬란함이 열띤 이 고혹한 생애로
공식같은 중얼거림들을 읊조릴 때
아하!
가슴 깊이에 흘러내리는 계곡으로
저토록이나 잔인한 애증의 바람들이
속히
애타게만 달려올 것을 또 믿었기에
한껏
진해진 슬픔들을 내내 끌어안고는
이내
통한의 바다에서 마파람의 회환으로
급기야 역사의 버릇처럼 재촉하는 순간
광원을 향해 덧없이만 날아가버립니다
* 망연(茫然) : 매우 넓고 멀어서 아득하다는 말을 뜻함
* 광원(曠原) : 텅 비고 아득히 넓은 들을 뜻함
☆ 글쓴이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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