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明 최마루 시인의 고혹한 시어는 언제나 분홍빛 나비로 화하여 영롱한 시향과 함께 영속의 숱한 세월들을 수려하게 채색해갑니다

대한민국 시인 文明 최마루의 시어 탐구는 광활한 우주를 표표히 너머 외계의 이채로운 물음표에 살포시 안착해봅니다

최마루 시인의 은은한 분홍빛 선율 속으로 휩싸여버린 숭고한 사색!

나의 환타지아

부드럽게 젖어드는 슬픔

시인 文明 최마루 2016. 10. 8. 18:43

부드럽게 젖어드는 슬픔


                                               詩 최마루


심경에 맺혀버린 신선한 풀벌레소리 그윽한 밤마다

문득 세상의 자락을 훌쩍 놓으신 아버지가 생각나면

애슬픔으로 녹아내리는 빗물처럼 서서히 애달파지나니

하물며

어머니의 향기는 초록이 되어 동심의 세상으로 화하고

어쩌다 꿈속에 마주친 별천지가 솜사탕마냥 흐느낄 때

아름다운 사색의 마당에서 풍요로운 목동이 되어봅니다


예전 평온히 살던 고향같은 동네어귀에 잠시 머물러보오니

듬직한 버드나무는 소년의 고뇌였고 심혼의 기둥이었습니다

가끔은

갱지에 비뚤한 자모음을 집처럼 지어놓고 한참을 경탄해봅니다

공책마다 받침이 틀린 글자를 주워서 시험지에 잔뜩 옮겨놓고

서서히 언어의 본질과 시어의 의미를 뭉클하게 깨달아만 갑니다

어느 날 저녁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구멍가겟방을 여는 순간!

우연히 막걸리 독에 한바가지 그득히 몰래 물을 부어버리던

주인아주머니의 머쓱한 표정이 초라한 양심처럼 일그러집니다


꽤나 널찍한 골목길에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을 던져놓고

딱지 구슬 자치기 썰매 등으로 고만고만하던 꼬맹이 녀석들의

앙칼진 아우성이 길목마다 별빛마냥 환하게 부서져 가버리고

명절마다 폭음탄과 화약총으로 온 동네를 활극하던 그때가

평생 잊지 못할 초년의 배경이 되어버렸습니다


검정색 기차표 운동화에 검은 교복 까까머리 중학생일 땐

매일의 등굣길은 빽빽한 시내버스 안에서 심각한 전쟁이었고

새어나온 김치 국물에 온통 책들이 젖어서 또 민망했으니

그러다가 이웃 여학교 예쁜이라도 만나면 화들짝 가슴을 졸이다가

언제 왔는지도 몰랐던 사춘기를 버스안내양이 차창 밖을 두드리며

오라이 오라이만을 외쳐대던 호통에 그만 기사 아저씨의 대머리마냥

홀랑 날리어 가버린 것만 같아서 그때의 소소했던 젊은 추억들을

잠시나마 피식하고 웃어봅니다


고교 땐 발통이 다른 중고 자전거를 타도 좋았던 시절이었지요

그러나 교련복에 야간자율학습 도시락 두 끼에 체육복 유도복에

그야말로 혹독한 대입준비에 삼년을 새벽까지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대입 후

마음껏 기른 장발로 바람에 날리는 머릿결을 자랑 삼아 휘돌다가

내 젊은 날을 가꾸기도 전에 입영통지서는 둔중하게 날아왔고

푸르른 제복에 뼛속까지 군인이어야만 했기에 완전 군장한 채로

사철나무를 힘차게 꽂은 철모를 쓰고 최전방 야전포병부대에서

빨간 휘장을 용맹스레 달고는 김일성 고지를 무섭게 노려보며

제대 그날까지 북쪽을 향하여 자유의 함성을 피맺히게 외쳤습니다


제대 후 일평생 함께할 단아한 여성을 운좋게 길에서 주웠고

우리를 닮은 남매가 내 아늑한 삶의 향기에 영양제가 되어주었습니다

이후 행복도 잠시

아! 기묘한 숙명으로 얼룩져가던 찬란한 인생역정을

그저 한없이 늙어만 가는 세월들과 함께 진저리치게 경험해보니

이런저런 사건사고에 본의 아니게 휘몰렸고 장남이란 험난한 자리에서

굵고도 까칠 만한 기막힌 역경들이 수시로 엄습하더니

아아! 그토록이나

분홍빛이라 굳게 믿어왔던 듬직한 운명은 수북했던 머리카락 사이로

숱한 고뇌와 좌절과 서리를 잔뜩 내려주었습니다


어느 땐 나를 잊어버려 한참을 헤매다가 취기에 닮은 나와 재회하면

그 슬픔은 독이 되어 더더욱 나를 깊은 함정으로 몰고만 가버렸습니다


그럴 때면 지독한 후회와 갈등의 연속으로 홀로 방황의 밤들을 지새며

희로애락에 절절했던 추억의 시어를 사무치게만 그려봅니다

언젠가 꽃같은 시간들이 무지갯빛 계절 따라 살포시 지나치면

그 황홀한 시상 속에 고매한 시대의 찬란한 화원을 웅대히 만들어서

아름다운 존재를 찾아 또 다른 나와 함께 서둘러 이승을 떠나겠지요


훗날 

나의 애잔했던 가락들이 혹여 그대들에게 영원한 비석으로 남거든

가급적이면 슬퍼하거나 안타까워는 말아주세요

이 상념의 시대에 고독한 군상처럼 나 홀로 떠나는 것도 아니지만요


늘 행복한 세상의 곁에서 내 아직은 그렇게 외롭진 않습니다



* 심혼(心魂) : 마음과 혼을 아울러 일컬음


 

 

 

 

글쓴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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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이채로운 나날처럼 여러분에게 즐거운 행복만을 고대합니다.

인터넷 사이트에 최마루 시인의 단아한 음률들과 함께 어울리시어

세상에서 가장 평온하게 여러분의 고혹한 감성들 마음껏 열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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