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시인 최마루의 어떤 하루
최마루 시인의 어느 일상기
몇 년 전부터 집필만 하다가 며칠 전 친한 선배의 소개로 모 택배회사에 야간 일당 용역직으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생소한 경험이라 너무나 낯설었고 모든 것이 어색하였지요
저녁 7시부터 근무여서 우리는 6시30분에 도착해서 사무실 주변을 서성거렸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자주 보아왔던 발통이 엄청 많은 트럭들이 즐비했고 작업장의 크기가 정말
대단했지요
컨베이어밸트 또한 거미줄같이 여러 곳으로 얽혀있었습니다
사무실 옆 임시휴게실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의 복장은 전투에 참전하는 군인같은
이미지였지요
나이에 상관없이 자주 들어오는 사람들이 자연이 고참이 되고 처음이나 어쩌다오는 사람들은
주변인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출근을 하더라도 날마다 틀린 인원이어서 정원을 고참 순으로 끊으면 신참은 집으로
가야합니다
그러나 선배와 난 운좋게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간단히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를 기록하고 잠시 대기중 용역반장의 작업지시에 따라 전국에서
몰려오는 물량으로 각자 택배지역을 받으면 거기에 쏟아지는 물품들을 정확히 각각의 지역으로
구분해주는 작업이었지요
처음인지라 시키는 대로 작업에 들어갔는데 7개 지역을 담당케하더군요
저녁12시까지 정말 5시간은 그야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택배 음어로 마당이라는 책무를 맡았는데 그게 가장 쉬운 거라네요
엄청난 물량이 컨베이어밸트로 특이한 소리를 지르며 굴러오는데 2시간가량을 쉬지 않고
온몸으로 받아내니 땀이 나를 물에 빠트린 것처럼 만들어버리더군요
재주껏 쉬면서 일을 하라는 선배의 말과는 달리 경험부족과 쓰나미처럼 쏟아지는 작업량에
생각할 틈이 없다는 게 오히려 장점이었습니다
근데 정작 문제는 저녁 10시30분경 터져버렸지요
몇 년 전에 구입해서 가끔 이용했던 오른쪽 신발 밑창이 멋지게 터져버렸습니다
얼마나 용을 썼으면 신발이 다 터질까 생각해보니 지금도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야참은 밤12시에 먹는다는데 도저히 그때까지 발바닥을 드러낸 채로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보니 참으로 난감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니 마구 구겨진 테이퍼 찌꺼기가 나뒹굴고 있어 임시방편으로 대충
동여매었지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터져버렸습니다
이러다 내일 아침 맨발로 집에 가야 하는 게 아닌가하고 은근히 걱정이 되더군요
이중의 고통을 안고 일을 하니 벌써부터 피곤이 몰려오는데다 이런 일은 처음이고 어쩔 줄을
몰라 하면서도 오기로 밤12시까지 버텨내었습니다
그리고 용역반장께는 일을 하다 실수로 신발이 찢어졌다고 하면서 대충 신을만한 운동화를
빌리기로 하였지요
12시가 조금 지나자 일단은 흉한 모양으로 우선 식당을 갔습니다
현재로는 저녁 작업 1차과정의 일을 마친 상태였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이 서로가 벌써부터
피로가 몰려오는 처지라 남의 발이나 쳐다보는 여유있는 사람들이 전혀 없더군요
선배 역시 일자 입술에 다크써클이 살짝 비쳤습니다
대충 식사를 마친 후 사무실에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의자밑에 구멍이 숭숭 뚫린 상태에
냄새가 역한 낡은 운동화를 주더군요
아쉽지만 맨발보다야 나으니 감사했지요
그러나 얻은 운동화도 기름이 빠졌는지 완전 군화같았습니다
잠시 휴식 후 새벽 한시에 바로 작업에 들어갔지요
작업반장께서 나를 부르더군요
손가락을 가리키는 곳으로 제 무거운 몸을 옮겼습니다
옆으로는 산만한 트럭이 여러 대가 버티고 있었고 물량들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내가 먹고 만지고 보고 느꼈던 모든 것들이 지금은 임자를 찾아 떠나는 임시정거장처럼
내 작은 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 물 또는 소금이나 간장 및 책이나 의류 곡물들은 정말 엄청이나 밉더군요
그 무게가 새벽의 사투에서 나의 자존심을 심하게 건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시어가 하나가 머릿속으로 번개처럼 지나갔습니다
물량들을 보니 우리가 사는 세상에 아니 소중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인간세상에 가장 주요한 것이
가장 무겁다는 것을 현장에서 체험했지요
잘 생각해 보세요
곡물들이나 물이나 소금이나 간장등 음식류는 우리의 생명을 담당하는 부문이고 특히 엄청 무거운 책은 우리의 삶에 지혜나 지식을 주는 귀한 자료이고 보니 그 무게가 세상에서 제일이 아닐까요
계속 움직이는 컨베이어밸트 때문에 쉬는 시간은 아예 없다고 보면 됩니다
물 또한 마음대로 마시기 곤란했지요
그래도 경험이 조금있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물통과 수건등을 준비해서 순간 순간을 넘기더군요
난 선배의 깡통같은 말대로 빨간색 장갑만 달랑 들고 갔는데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지치는 것도 좋지만 목이 엄청나게 마르니 군에서 훈련과정이 생각나더군요
당시 물이 엄청 필요한 상태였으나 최악의 훈련조건으로 임무완수를 해야 했던 처지라 참고
또 참고 죽을 것 같은 시기에 운좋게 구정물을 마신 기억이 나더군요
그나마 그 순간 엄청 달게 마셨던 거로 기억합니다
당시 경험으로는 물이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 온몸으로 액체화되어 퍼지는 것을 실감나게 느꼈지요
인생사 살면서 경험이란 게 정말 무서운 것입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힘든 건 사실이고 그냥 꾹 참고 일을 했습니다
정말 시원한 물 한 모금이 간절했지요
아니 사이다 한잔이 무척이나 그리웠습니다
그러던 중 새벽 4시경이 되니 허리 다리 손목이 내 정신력만큼 못 따라 온다고 생각했습니다
머리는 돌아가는데 몸이 서서히 굳더군요
거기다 슬쩍 잠까지 몰려오니 참으로 기가 막혔습니다
담배 하나를 재빨리 꺼내 물고 쉼없이 일을 했지요
온몸으로 한계에 다다르는 그 순간 주위의 분들을 둘러보았습니다
모두 대단하신 분들이었어요
묵묵히 자신의 일에 충실을 다하는 멋진 모습을 보니 정신이 들더군요
남들은 깊이 수면을 취하는 이 시간에 힘들게 일한다면 모두 사연있는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학생은 공납금 마련 가장은 생계를 위하여 또는 자신의 꿈을 향해 저는 시사냥도 있지만 생계도 포함합니다
그러고 보니 놀고 먹는 습성이 몸에 밴 사람이나 거짓말 잘하는 높은 사람이라 자칭하는 이들에겐 오히려 이렇게 음지에서 일하는 고귀한 사람들을 절대로 모를겁니다
저 역시 마음에 드는 물건 배달 받으면 된다는 생각을 했지 이토록 밤새 땀 흘려 일하시는 분들이 있는
줄 미쳐 몰랐습니다
물론 이일만 야간작업을 하겠습니까마는 이 아늑한 밤을 노력으로 보내고 내일을 위하여 일하시는
그들이 있기에 마땅히 존경해야 할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사실 이러한 일은 처음이지만 참았습니다
아니 참을 수 있었습니다
일하다 집에 가면 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이유도 있었으니까요
시간이 새벽5시경을 넘으니 서서히 희뿌연 하늘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커다란 트럭들은 어제
저녁부터 쉽없이 오고 갔습니다
이미 나는 땀으로 목욕을 했지만 정신은 점점 또렷해지기 시작하더군요
근데 새벽 6시경이 되니 온몸이 파김치처럼 늘어집니다
참으로 힘이 든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해보았습니다
그렇게 쉬지 않고 육체를 괴롭혀서 기어이 새벽 7시을 넘겼습니다
순간 기계들이 멈추자 짤막한 정적이 흐러더군요
나는 털석 그 자리에 주저 앉았습니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온몸부터 허리가 너무나 아프더군요
기분이 참으로 묘했습니다
문득 예전에 직장생활을 할 때 생각없이 살아왔던 게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밤새 시어를 연구하고 새벽을 보낸 그 시간들이 다른 세상에서의 또 다른 느낌 안으로
많은 생각의 원초적인 근원으로 건네다 보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내 야간의 12시간을 내어주고 몇 장의 지폐와 바꾼 현실은 안타깝지만 오히려 오늘 얻은 게 더 많습니다
삶의 현장에서 아주 좋은 시어를 발견했고 새로운 이미지를 기억했고 나의 의지를 시험했고
그리고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며 모든 것에 감사해야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많이 지친 선배와 작업장을 걸어 나오면서 서로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피곤에 지쳐 버스를 탔는데 우리의 퇴근시간이 마침 출근하는 직장인과 교차되더군요
씻지도 못했으니 땀 내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는 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만
오늘 받은 땀의 댓가로 택시는 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일도 그곳으로 출근을 해야합니다
현재 나의 정신력을 찾으려면 내가 갈 곳은 그곳뿐이더군요
밤새 영혼을 갈구하는 세상에서 때론 북극성조차 나를 외면했지만 그곳에서는 나를 가장 환대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살다가 세월이 빛처럼 지나면 그때 혹여 누군가 나를 찾을 때 아마 나는 정신보다 육체가 먼저
혼이나 있을겁니다
하늘이 내게 주신 삶의 가르침에 따르는 억센 운명이라면 그 길이 어떠한 길이래도 나는 더 이상 탐하지 않을 겁니다
근데 고민이 하나 있다면 11시간 이상 택배물들을 붙잡고 놓고를 반복하니 손가락이 너무나
아파서 자판기를 만지작거리지 못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토록 무서운 천병이 나를 너무나 사랑하는 것 같아서 늘 모자란 제가 그저 죄송할 뿐입니다
☆ 글쓴이 소개☆
*대한민국시인 文名최마루님의 글입니다.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음>
*<주의*주의!! 동의 없이 무단전재, 표절 및 재배포, 복사등 절대금지>
choe33281004@nate.com
cho33281004@yahoo.co.kr
*여러분의 즐거운 감상바랍니다*
'시인 최마루의 일상기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수상한 시절 (0) | 2011.09.11 |
|---|---|
| 왕관 (0) | 2011.08.02 |
| 최마루 시인의 특별한 하루 (0) | 2011.06.11 |
| 세상의 이원화 (0) | 2011.06.11 |
| 측은지심이 너무나 강한 우리 국민들이여! ...글쎄요! 일본이 이웃이라구요 (0) | 2011.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