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明 최마루 시인의 고혹한 시어는 언제나 분홍빛 나비로 화하여 영롱한 시향과 함께 영속의 숱한 세월들을 수려하게 채색해갑니다

대한민국 시인 文明 최마루의 시어 탐구는 광활한 우주를 표표히 너머 외계의 이채로운 물음표에 살포시 안착해봅니다

최마루 시인의 은은한 분홍빛 선율 속으로 휩싸여버린 숭고한 사색!

목마른 그대 노래여!

하늘이 살라시면

시인 文明 최마루 2009. 4. 17. 15:49

하늘이 살라시면


                    詩최마루


 

꼭 밤에만 행려병자가 되네요 
          

벙거지모자를 쓰고
알몸으로 머리 속을 뛰쳐 나와

마주오던 못생긴 남자와 다투다가

재수가 좋아서

팔만 부러졌네요


부러진 팔을 흔들며

어제 다짐했던 정상의 산을
쉼 없이 올라야 했지요


기쁜 마음에 미친듯이 내려 오다가

재수가 너무 좋아 다리가 부러졌답니다


마을 입구에 장승과 곰의 싸움에 휘말려

억세게 운 좋은 날처럼

허리를 심하게 다쳤구요


그렇게도 원하던 꽃병신이 되어
꽃갑과 육꽃갑을 떨고

마지막 감사의 기도를 올렸답니다


무뇌로 생존하여
이렇게 밤에는 즐거운 외로움과 불면증을 주시고

생에 기나긴 아픔과 방황을 느끼게 해주시어 감사하며

맨날 정신없는 삶을 심각하게 연구하게 하시고

지조없는 무척추동물로 살게 하시어
또 감사하고

뇌 속에 고독한 벌레만 가득 주시어
더 없는 감사의 기쁨을 만끽하나이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렇게라도 살라시면

하늘이 살라시면

생긴 영혼대로 느끼며 살라시면 살아야지요


벙어리가 되어도 걱정은 마세요


하늘 가장자리

나의 세계에

열심히 주어진 삶을 예쁘게 이룰 겁니다


아무런 참견 마세요


지금도 나 홀로
조용한 꿈속을
밤새도록 고찰해 봅니다


☆ 글쓴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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