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
詩 최 마루
한때는 고운 밀가루였어요
멋진 봉투에 아주 귀하게 모시더군요
아마도
추위가 스며드는 어느 초겨울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 자유로운 언행을 묵살하고 물기로 제약을 두더군요
허락도 없이 누르고 또 짓누르기를 한창 반복하더니
묵직한 돌덩이처럼 만들어버렸답니다
호불호의 가늠 전에 뜨거운 물에 대충 입수를 시키더군요
우락부락한 모습이 어찌 아니 부끄럽겠습니까만은
찢어놓은 모습들이 발이나 손이나 얼굴이나 죄다 닮았더군요
나를 애무하던 호호 할머니가 어려운 시절 척박한 이들에게
허기를 달래어 주든 대명사였다고 크게 위로를 하더군요
내 본의 아니게
온욕을 즐기고 보니 주위에 색다른 사연의 이웃들과 뒤엉켜
함께 보글보글 춤을 추고 있네요
단시간에 나의 단조로운 사지만을 익혀내었고
육체의 쫄깃한 질감이 좋다며 게걸스레 핥는 이들조차
내가 벗겨놓은 하얀 때들을 마시며 시원하다고 극찬을 합니다
이런 어색함에 빨간 김치마저 내 몸을 포근히 감싸 주네요
근데 이상한 게 하나 있었어요
뭉쳐 두었을 때는 나와 똑같았던 녀석이
도마위로 얇게 밀린 후 돌돌 말리는가 싶더니
온몸이 순식간에 난도질당하는 걸 보고 말았답니다
그리곤 나와 달리 털털 털린 후
솥으로 후들기어 들어오는 거예요
민망하여 조심스레 물어 보았습니다
손칼국수랍니다!
☆ 글쓴이 소개 ☆
* 대한민국 시인 文明 최 마루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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