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숙인의 일기
詩 최 마루
꿉꿉한 날씨래도 운이 매우 좋은 날은
컵라면에 찬밥 한 덩이로 하루를 채우고
한낱 동물처럼 사는 이 한심한 꼬락서니에
아무리 발버둥 쳐대도 이게 내 생인 것을 반문해보면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삶의 끝과 시작에 순서가 없듯이
인생의 타래를 천천히 다시 풀어보아야겠습니다
어제는
어느 식당 앞을 지나는데 고기국이 끓고 있었습니다
눈물이 나서 그 왕방울만한 눈물로 상상의 식사를 하며
굶주린 배를 행주처럼 짜버렸습니다
당장에 가관인 내 모습에 내가 환장할 것 같습니다
불현듯 어머니가 보고 싶어집니다
어릴 때 어머니의 모유라도 많이 먹어둘 걸 후회해봅니다
몇 년 전만해도
이렇게까지 찌그러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니 이렇게 비참할 줄 알았다면
한참 잘 나갈 때 진심의 선행이라도 해두었어야 했는데
죽이라도 한 사발 떳떳하게 얻어먹으려니
무료급식소가 본능을 자극하더군요
일전에는 한자리에서 세 판 떼기를 허겁지겁 먹고
정신을 차려보니 살아있는 게 죽을 맛이었습니다
할 일 없이 땅만 보며 갈지자로 지나는 개같은 인생이
참으로 꼴불견입니다
비가 추적하게 오는 날은 저녁 잠자리가 걱정이 되네요
오! 아늑한 신이시여!
거렁뱅이로 살아가는 무료한 자에게 생명의 비답을 주옵시길
땟 자욱이 한창 끼인 추한 손가락으로
이 서러운 심정의 글자들을 행복의 씨앗처럼 흩어 놓아봅니다
* 누구나 노숙인일 수 있습니다
외모만 번듯하고 마음이 가난한 이들
외모도 마음도 모두 빈약한 이들
그러나 외모는 초라해도 마음이 부자인 사람도 많습니다
현재의 나는 어디에서 어디쯤 해당이 될까요!
☆ 글쓴이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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