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
詩최마루
제가요! 겨울이 무겁게 달려 오는 초조한 달 38일
새로운 삶과 재혼합니다
살을 맞대어 지독히도 싸워온 짧은 생이
고생 고생하다가 뒈져버렸어요
그놈의 정이 뭔지 사랑인지도 모르고
한때 그저 서로 좋아했지요
가진 재주도 없는 형편없는 놈에게 뭘 믿고 시집이란 걸 왔는지
내가 너무나 미워서 나에게 온갖 더러운 욕을 해봐도
쉽게 분이 풀리지 않더군요
좋은 때도 잠깐
살다 보니 본의 아니게 구역질 나고
아니꼬운 별의 별 해괴망측한 일들을 겪게 되더군요
처음엔 사랑싸움인가 했더니
미운 정 고운 정으로 아둥바둥해봤지만
세상이 어디 그리 만만하던가요
불쌍한 생에 대하여 허접한 추억들도 생각하며
폐독을 깊게 삼켜 쓰디쓴 술로 달래던 무딘 나날들
나는 제때 무얼 먹었는지 조차 모르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솔직히 유식한 말로 존재감을 상실했지요
무심히 지나는 세월이 너무나 아까웠지만
흘러가는 시간을 분노와 오욕과 자괴감까지
덤으로 무력함까지
마음이 삐딱하게 똘똘 뭉쳐서
미친듯이 흔들리는 시각을 보내버렸지요
그러나 여의치 않은 잿빛추억의 시간 안에서도
나를 닮은 소중한 아이가 얼마나 귀엽고 감사한지요
그러나 자식을 위하여 모든 정성을 다하지 못하는
부모의 아픈 가슴은 항상 죄인이랍니다
선지식과 명언 모두 경이롭지요
들을 때는 감동이요 풍요로운 양식이지만
진정 우리는 현실 앞에 무릎을 꿇고야 말아버립니다
분명한 것은
잘 달리는 자동차가 펑크 난 것처럼
살다가 곤란한 일을 겪고 보니
너무나 허약하게도
한순간
삶의 약육강식에서 패배자로 전락해 버린다는 거지요
참으로 기가 탁 막힙니다
여러분 정말로 제가 못났지요
그러나
과연 저를 나무랄 수 있는 잘난 사람이 몇 명 있을까요
저 못난 거 잘 압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저는
그래서 더욱 강인하게 결심했습니다
재화보다 소중한 것은 건강
건강이 최상이며
마음 안에 교만하지 말 것이며
사랑과 믿음하나로
영원한 나의 사랑과 영혼으로 잘살겠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부족한 삶에는
오로지
최상의 충족한 기쁨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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