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새
詩최마루
하회탈처럼 넉넉한 아저씨가 길거리에서 외칩니다
이 새는 “배신하지 않습니다”
이 새는 “죽지 않습니다”
이 새는 “날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완벽한 새라는 거죠
실상은 건전지 한 알 먹고 사는 플라스틱 문명이 낳은 인조새에 불과하지만요
근데 이 말을 듣자니 삶의 독소가 잔인하게 머리를 눌러옵니다
힘들고 지칠 때 고공을 힘차게 날으는 새를 얼마나 꿈꾸어 왔는데
영악하게도 체감이 다른 언어로 나를 허접하게 속이다니
분노하고야 말았습니다
오늘 하루는 정말이지 머리가 복잡 다양해지는군요
푸석한 건전지 하나로 반듯하게 제 모양도 흉내내지 못하고 껍데기로 사는 게
분명 좋지만은 않은 일이겠지요
그래도 철없는 꼬맹이녀석이 무표정한 인조새 한 마리를 낚아채듯 사갑니다
아저씨가 리어카를 머쓱하니 끌고 나가시는군요
그리고 아까와는 달리 푸념조로 한 말씀 내뱉습니다
그러니까
이 새는 사람이 싫증나면 버려지는 새라 이 말씀이지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죽어있던 새죠
버려져도 그 자리에서 날지 못하는 그런 새로 말입니다
그리고 홀연 사라지는 아저씨의 외침에는
그저 막연히 부동새 부동새로만 들리어옵니다
*부동새: 움직이지 않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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