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明 최마루 시인의 고혹한 시어는 언제나 분홍빛 나비로 화하여 영롱한 시향과 함께 영속의 숱한 세월들을 수려하게 채색해갑니다

대한민국 시인 文明 최마루의 시어 탐구는 광활한 우주를 표표히 너머 외계의 이채로운 물음표에 살포시 안착해봅니다

최마루 시인의 은은한 분홍빛 선율 속으로 휩싸여버린 숭고한 사색!

그대 위한 애정의 밤

엷은 추억들

시인 文明 최마루 2014. 3. 26. 01:26

엷은 추억들


                                     詩 최 마루


한민족은 명절마다 색색들이 잔칫날이지요

망태기엔 토끼풀이나 토실한 감자가 쉬고 있어요

돌돌 말린 멍석과 개다리소반이 단정이 뉘여 있고

아궁이에는 군불이 다소곳이 출렁이지요

시래기는 빨래줄에 매달려 싱싱하게 졸고만 있답니다

채곡채곡 쌓인 장작은 처마 밑에서 아늑히 잠자고

잔솔가지 타는 소리에 어둠은 구수하게 익어갑니다

고부간의 정겨운 장단에 맞춘 다듬이질 소리에

세월은 조용히 촛불마냥 타흐르지요


가끔은 구석진 방 낡은 앉은뱅이 책상에는

까까머리 소년의 구구단 외는 소리가 소쩍새만 같습니다

밤새 화로 타는 소리를 물리자 수탉이 홰를 치는 새벽

소 돼지 개 염소 토끼들이 새날의 입김을 뿜어냅니다


이어 을씨년스런 원두막에 서리가 한껏 내리더니

가마솥에는 눈꽃같은 고두밥이 제대로입니다

마치 온 세상이 새하얗게 도색된 향연처럼

소릇이 사라지는 굴뚝의 소박한 그을음은

당시의 계절을 소박하게만 추억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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