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明 최마루 시인의 고혹한 시어는 언제나 분홍빛 나비로 화하여 영롱한 시향과 함께 영속의 숱한 세월들을 수려하게 채색해갑니다

대한민국 시인 文明 최마루의 시어 탐구는 광활한 우주를 표표히 너머 외계의 이채로운 물음표에 살포시 안착해봅니다

최마루 시인의 은은한 분홍빛 선율 속으로 휩싸여버린 숭고한 사색!

내 영혼의 쉼터

세탁기 추모식

시인 文明 최마루 2016. 1. 2. 02:05

세탁기 추모식


                                                詩 최마루


하아! 

그러니까 만18년 전

예쁜 아내를 따라온 수십의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동안 소모품이었던 동무들은 불식간에 거의 사라졌고

꽤나 친했던 텔레비전은 9년 전에 사망해버렸습니다


평소엔 몰랐지만 소처럼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해주던 세탁기가

며칠 전에 전원을 차단하더니 조용히 제 목숨을 다해버리더군요


문득 세월의 흐름이 무색하던 순간

내 키보다 훌쩍 커버린 아들과 그의 주검을 정리하는 심정이

여느 때와 달리 참으로 애잔만 해져갔습니다


이 녀석 때문에 거추장스러울 세탁물들이

여태껏 때깔을 자랑해왔는데

이제 새로운 놈을 맞으려니 적응이 쉽진 않을 것만 같습니다


어쩌면 무상의 삶에 헤어지고 만남이 무생물이든 간에

다분한 인생에 적절한 습관인지도 또 모를 일이겠습니다



* 18년 전 어여쁜 아내가 혼수로 귀하게 데리고 온

  참 잘생기고 다부진 삼성세탁기란 녀석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제 역할을 못하더니 계속 잠만 잡니다

  고쳐 쓰려다가 웬만한 동물의 수명까지 채웠으니 그만 놓아주어야겠다

  싶어서 2015년 12월21일 저녁 7시경 연을 떼었습니다

  하지만 트럭에 실려 가는 고놈의 형상을 물끄러미 바라다보니

  가슴 한 켠이 그만 애잔해짐이 또한 만만치 않더군요


  생애에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인연이 닿는 모든 존재에게로 향하는 안타까운 심경은

  참으로 세심하다 못해 간혹 애틋함이 아릿하게만 서리웁니다



 

 

글쓴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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