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고의 세월
詩최마루
녹쓴 양철통에 떨어지는 빗물은
누구의 눈물인가!
나무 토막같은 고구마 몇 덩이로 무얼 어쩌자고
한때 순정이 묻어있는 추억의 만화 꺼벙이가 최고로 좋았지
아! 떠꺼머리 총각들의 로망 선데이서울이면 죽여줬고
팥앙금이 볼록한 붕어빵 하나 먹으면 세상에 부러운 거 없었지
항시 피곤에 지친 불쌍한 어머니를 보면
여리고 작은 마음이 예리한 칼로 난도질 당하는 것만 같았고
가난이 물려준 역겨운 고통은 거머리보다 지독하게 달라 붙어서
혼미할 만큼 순수한 정신들을 세차게만 흔들고 있었어
-1-
비가와도 우산같은 건 필요 없었고
눈이 와도 봄이 올 때까지 그냥 떨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지
원시의 자연처럼 허접한 그림같은 삶은 이제 그만이기를 바랬지만
숙제가 끝난 후 생활고에 온 가족이 황소처럼 일하지 않으면
당장 배고픔이 눈앞에 와 있었지
오랜 휴식이래야 기껏 장군 멍군이나 부를 줄 알지
어쩌다 잔치 날이면 큰 볼거리라곤 떡매치는 소리였지
침만 꼴딱 삼키다가 국수 두 그릇에 몸보신하는 영광도 경험했어
-2-
집이라곤 개집보다
못했어
그냥 두 다리 뻗고 자면 되는 거고
밤벌레가 온몸을 기어 다녀도 너무 피곤해서 신경 쓸 틈도 없었어
물물교환 이래봤자 기껏 뒷산에 땔감나무 정도지
서당에서 배우는 건 어른 알아보고
좋은 글귀 깨쳐 착한 사람 되고 글자 알아볼 정도면 끝이고
먹는 거 입는 거 그땐 정말 짐승만도 못했어
-3-
큰자식이 열네 동생들 다 업어
키웠어
전염병이 돌아 세 명을 잃어버렸지
조용한 동네 찾아오는 장수라야
옹기장수 방물장수 소금장수 짚신장수 우야다 나무장수정도였지
그러다
세월이 조금 미치더니 신여성이 아리랑을 듣기 좋게 각색했어
세상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발빠르게 변모하기 시작하더군
-4-
세상이 변하는 것이 신기해서가 아니라
그 좋은 세상을 보자니
내가 이미 너무 늙어버려 목이 메였어
그러나 우짤겨
더러운 게 내 운명이제
-5-
☆ 글쓴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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