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明 최마루 시인의 고혹한 시어는 언제나 분홍빛 나비로 화하여 영롱한 시향과 함께 영속의 숱한 세월들을 수려하게 채색해갑니다

대한민국 시인 文明 최마루의 시어 탐구는 광활한 우주를 표표히 너머 외계의 이채로운 물음표에 살포시 안착해봅니다

최마루 시인의 은은한 분홍빛 선율 속으로 휩싸여버린 숭고한 사색!

글쟁이 잡놈마루의 호곡소리

비의 노래

시인 文明 최마루 2010. 9. 1. 01:19
비의 노래


                  詩최마루


새벽부터 비가 구슬피 나립니다 

문득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에 놀랬다가 나를 찾아갑니다

 

낡은 창문에 기대어 필름에 담긴 과거들을 내려 놓습니다

 

제일 먼저 어머니 생각에 목이 메이네요

항상 슬픔과 아픔을 안고서 소설같이 사신 불쌍한 여인이었습니다

나는 그의 아들이기에 그 통한의 시간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때 사랑했던 여자는

가난을 두른 내 허리띠를 매몰차게 끊어버렸지요

그때까지 눈물이 그렇게 뜨거운 줄 미쳐 몰랐습니다

모든 것들이 미웠습니다

 

세상에 반항이라도 하듯

난봉꾼이 되어가다가 어머니의 절규에 원고지를 만났습니다

 

유년시절부터 

내 가슴안에 시커멓게 고인 시궁창같은 연못은 늘 어둡고 쾌쾌한 그림이었으며

어쩌다 꿈꾼 희망들은 물뱀처럼 자주 미끄러져 달아났습니다

주정뱅이 아버지와 징그러운 가난이 만들어 준 나만의 놀이터였으니까요

 

그렇지만 군 시절

포병부대 사격장에서 천둥소리같은 포음과 함께 시원하게 날려버렸습니다

 

인생사 부정보다 긍정은 언제나 한수 위였고

심금을 울리는 아름답고도 애절한 음악과 교분을 나누던 그때

시인의 외로운 오솔길을 그만 훔쳐보고야 말았습니다

 

점차 나이의 주름이 옹골지게 무르익을 즈음

오랜만에 찾아오는 빗물처럼 가벼운 한숨들이 몰려오는 소리를 느껴봅니다

 

그동안

불개미처럼 살아온 지난 세월

이젠 잔잔한 감동을 안고 살아야겠어요

 

사실

무지개만은 나의 전부였습니다

아니 깊은 희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서러운 날 너무나 눈부셨던 무지개

마음이 고운 이에게만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던

어릴 적 동경했던 머리띠 같은 환상이었습니다

 

오늘은 제법 젓가락같은 비가 내립니다

멀리 떠다니는 우산들이 꽃처럼 피어

밝아지는 새벽을 부산하게 합니다


시어들이 빗방울에 튕기어 구슬처럼 올라옵니다

순간 깊은 생각에 촉촉이 잠깁니다


창밖으로 짧은 인연처럼 스치는 빗물들이

오래전

나의 가슴에 스물스물 박혀있던 검은 감정들을

마치 물냉면처럼 미끈하게 뽑아서

땅속으로 미련없이 내동댕이치는 것 같습니다

 

그 소리가 비의 노래처럼 광폭하게 들리어옵니다

 

젊은 날

잔가지처럼 얽힌 잿빛추억들이

이제 부실한 머리카락사이로

세월만큼이나 하얀 비처럼

어느 날은 염색을 하겠지요

 

저렇게 맺히도록 떨어지는 빗물들이

내 앞에서 이처럼 통곡하고 있으니

비도 울고 나도 울고  

속수무책인 내가 한동안은 애잔할 것 같습니다

 

아니 평생 이대로 일수도 있겠습니다

 

 





☆ 글쓴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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