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詩최마루
붉은 산을 내려온 불꽃나무가 고난의 육지를 건너서 쪽섬으로 떠내려갑니다
못난 새 몇 마리가 그 나무를 난파선으로 알고 고단한 날개를 접어 놓습니다
화난 파도는 일찌감치 그 나무의 감성을 꿰뚫고 잔물결들로 흩어놓습니다
바다의 힘센 동물들은 거만하게 누워있는 나무의 붙임성에 호기심을 느낍니다
시간은 뒤이어 구름처럼 흐르다가 물기 머금은 나무의 고단한 몸을 지치게
만들어버립니다
이때부터 나무는 무생물의 본능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기 시작합니다
깊은 바다의 묘한 길로 한껏 들어서자 냉온의 바람이 이끄는대로 처량하기
그지 없는 자신의 현실에 비로소 냉혹함을 몸서리치게 느낍니다
그새 못난 새도 보잘것없는 나무토막인 걸 알고는 하늘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나뭇잎도 머리카락처럼 흩어지고 거치른 주야에 알몸으로 버틴 험난한 바다위로
설움의 껍질들을 벗어 놓습니다
나무는 생각합니다
이러다가 생사의 기로에서 쪽섬으로는 언제쯤 갈련지
그 섬을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도 않는데 무심한 하늘과 칠흑같은 바다에 신세가
참으로 처량해보입니다
비록 하찮은 생이나마 모든 희망이 내동댕이 쳐짐을 이제사 원망하여도 이미 소용없음에
통한할 뿐
지금 무얼하고 있는지 아니 어쩌면 야윈 몸통이 삭아져 버릴 그때면
과연 그의 실체는 무엇으로 존재하는지 극도의 불안과 공포가 엄습하여 그야말로
죽음의 극치를 제대로 경험해봅니다
더구나 잠시 만난 인연들은 어디에서 어디로 그리고 또 그리고 다시 어떻게 되어지는지
온통 혼란뿐입니다
더불어
질풍처럼 달려오는 노한 파도에 무수한 본능의 흔들림으로 나무는 결국 육체의 모든 옷을
벗어 버렸습니다
급기야
극심한 두통으로 전율을 떨고 있는데 얄미운 태양은 슬그머니 나타나서 그의 고통에
작렬한 뜨거움을 얄밉게도 선물합니다
평소 나무는 자유를 갈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순탄하지 않는 세월들이 서서히 미워집니다
때로는 의외로 치부를 드러낸 알몸까지 농락당하니 생사가 그야말로 혼동스러워 그저
개탄만 할 뿐입니다
어찌하였던 분명한 것은
예전의 속담이나 조상님의 훈수가 모두 옳은 말씀들인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는 모든 말들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큰 후회에 이를 즈음 짓궂을 정도로 괴씸한 관습법의 망각으로 우리도 모르게
교묘한 속임수에 훌러덩 나자빠져 버린다는 것을!
그것을
뒤늦게 깨닫는 것이야말로 진정코 흠인 것만 같습니다
☆ 글쓴이 소개☆
*대한민국시인 文名최마루님의 글입니다.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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