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詩최마루
내 살을 잡고 고무줄처럼 팡팡 늘려
오늘만큼은 제대로 된 피부의 옷을 걸쳐보고 싶었다
핏기가 감도는 붉은 천처럼 탱탱한 그런 옷
매끈하고 질기게 정장처럼 말려서라도
내 피부에만 챡붙는 미련의 옷을 입고 싶었다
이승에 살아있을 때까지만 끈끈한 애정으로 밀착하여
뼈와 살과 피를 애살피 보온하고
거룩한 삶에 지쳐 짓이겨져도
스스로 허물을 덮어주는
억척의 위대한 피부라고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오래 전 어머니의 배속에서 슬쩍 입고 외출했는데
여태껏 혼자만 고민하다가 바싹이 말라버려
그 동안 질겨진 생의 껍데기에 한심하게 졸고 있었구나
고무줄보다 탄성이 좋은 땀구멍 사이로
시원한 물처럼 우리네 고난도 미끈하게 주욱쭉 흘러흘러
세상의 부정한 꼴들은 담백한 피부에서만 계속 증발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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