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무
詩최마루
나무를 끌어안고
제일 빈약한 가지 하나를 달라고 했다
그 가지로 지팡이를 삼아 수행에 만족하려했지만
나무는 허접한 가을낙엽을 약속했다
외로움을 타는 계절에 우울한 낙엽을 타고 만행을 나섰다
세상의 고요를 알기도 전에 창백한 겨울은
갸느린 허영심을 비난하며 나와 부대끼며 살기를 원했다
그리곤 노골적으로 냉기 만연한 바람과 수다를 떨고
든든했던 나무마저 두터운 옷을 벗고 외면했다
그러나 혹한의 계절에 버티기로 맹세하고
얄미운 나무에게 밀착하여 겨울잠을 청하였다
시간은 얼음처럼 차가워지고 잠시 졸도 했을 때
봄은 슬며시 찾아왔다
그러나 반가운 봄이 아니란 게 불행의 서막이었다
둔탁하던 영혼은 이미 나무껍질과 동화되어 있었다
나무에게 벗어나려 했지만 나무는 놓아주질 않았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보아도
간곡한 언어는 반항적인 메아리마냥 멀리멀리 달아났다
풀이나 새나 곤충들조차 귀담아 듣질 않았다
수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
어느 순간 경이롭게도 팔 하나가 쑤욱 몸통을 뚫고 나왔다
놀라움도 잠시
그렇게도 닮고자 했던
경건한 나무그늘 주위를 한참 두리번거리다가
나는 나무를 닮은 어리석은 나무였음을 어색하게 눈치챘다
☆ 글쓴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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