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明 최마루 시인의 고혹한 시어는 언제나 분홍빛 나비로 화하여 영롱한 시향과 함께 영속의 숱한 세월들을 수려하게 채색해갑니다

대한민국 시인 文明 최마루의 시어 탐구는 광활한 우주를 표표히 너머 외계의 이채로운 물음표에 살포시 안착해봅니다

최마루 시인의 은은한 분홍빛 선율 속으로 휩싸여버린 숭고한 사색!

사랑하는 삶

하얀 추억이 그리운 목가적 서정

시인 文明 최마루 2012. 10. 20. 19:58

하얀 추억이 그리운 목가적 서정


                                                    최마루 시인의 감성소리


홀로된 시간이면 아주 오래전 시골에서 경험한 자연의 소리를 감상해봅니다

고즈넉함과 평온의 잔디가 깔린 은둔의 시골풍경을 익히 보아 왔었지만

멀리 소가 하품하는 오후가 되면 잠자리도 춤을 추고 나비는 빽댄스와 같이 황홀한 율동으로 만드는 날이 괜한 즐거움은 아니었지요

때로 우물에 하얀 속살을 드러낸 양파를 풍덩 던져 놓고 똥개랑 한참 뛰어 놀다가 잠시 잊어버린 양파 하나씩을 건져 먹는 그 맛

세상 그 어느 것보다 매콤 시원 깔끔한 맛을 아직 잊지 못하고 있으며

입 냄새가 독해도 그저 배불리 먹고 난 후 텃밭에 있는 포도나무 한 그루에 매달려 자연스레 익은 포도를 또 한입 우걱 베어 물면 하늘이 시원하고 입안은 그저 즐겁기만 했습니다

청소년기 방학때면 으례히 이모님 집에서 항상 이런 생활을 고등학교 졸업시기까지 은근히 즐겨왔었지요

그리고 도심지에서 손님이 왔다며 얼굴 모르는 동네 분들이 옥수수 감자 고구마 심지어 달걀 꾸러미까지 주시어 내 손님처럼 환대하여 주셨습니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고 고마운 분들이었습니다


어느 때는 하루가 지난 늦은 오후에 이모님께서 달걀을 세숫대야에 백 개 이상 삶아서 김치랑 열무를 내어 주셨는데 필자는 달걀을 그렇게 잘 먹지 않았지만 이종 사촌형제들과 함께 먹어보니 참으로 별미였습니다

어느새 해질녘 즈음 대청마루에 둘러 앉아 다섯 명의 형제들이 달걀로 장난도 쳐가며 거의 다 먹었는데 그날 저는 열여섯 개를 먹었지요

그러고도 저녁이 되니 이모님의 시골 특유의 밥상이 차려졌습니다

시커먼 보리밥에 싱싱해 보이는 나물 몇 가지를 아주 커다란 박바가지 에 다섯 명이 먹고도 남을 만큼 푸짐하게 비벼 주셨습니다

고소한 참기름까지 더하여 저녁상이 고추장처럼 벌건 노을을 점령했지요

물론 맛이 있을 수밖에 없는 최고의 성찬이었습니다

다들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거의 사발 한 그릇 정도가 남아있었지요

갑자기 욕쟁이 골목대장이었던 셋째 원이 녀석이

형아 ! 저기 봐라하는 순간 박바가지에 침을 뱉아버리더군요

밉지만 우리 네 명도 배가 상당히 부른 상태라 아쉬운 건 없었고 바가지를 들고 돌아 앉아 먹는 그 녀석의 모습이 꼭 놀부 같았습니다


그렇게 고교시절 방학이면 이모님은 참으로 정성을 다해 챙겨주셨고 제 기억속에 지금까지도 큰 추억이 되어 있지요

시골에서는 참으로 난감했던 것은 화장실이었고 일을 볼 때면 누렁이의 시선이 주위에서 어슬렁거려 일을 다보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시골에서 애기들 뒷처리를 동네누렁이가 해주었는데 어쩌다 가장 소중한 심벌까지 쪼아버려 군에 못가는 불상사가 된 장정을 징병검사때 저는 보았습니다


그렇게 십대를 소중하게 보내고 아참! 하나 더 생각납니다

시골 이모님 가마솥 추어탕 이게 진자 별미중에 별미지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동갑내기 이종사촌 훈이와 미꾸라지를 잡으러 갔는데 이놈이 논두렁 밑에도 있고 도랑에도 있고 대여섯 명이 바구니만 들고 1시간 정도 공을 들이니 얼추 커다란 양동이 2개 정도는 거뜬히 잡았습니다

누렇게 잘 익는 것이 황금같이 빛이 났고 매우 토실했었지요

요놈들을 이모님이 직접 요리를 하시는데 만드는 과정이 제가 봐도 엉성했습니다

그렇지만 특이한 것은 재료를 아끼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어른 목욕탕만한 큰 가마솥에 허드레나물 한 지게 잘 익은 고추 한대야 마늘 한 절구통 미꾸라지 삶아 놓은 거 두 양동이에 갖가지 재료 엄청 넣고 거기다 맛나는 양념까지 듬뿍 넣어 거품이 뭉게뭉게 일어나면 장작불에 끓는 소리까지 그야말로 모든 행위들이 입맛을 확 당기게 하지요

워낙 가마솥이 크다보니 기다란 작대기 하나를 우물물에 쓰윽 씻어서 이모님은 휘휘 힘차게 내저어셨습니다

그리곤 마당에 동네사람들과 둘러앉아 먹는 그 맛이야 말로 천상의 그 맛이었지요

정말이지 보약같은 정성이었고 죽어도 잊지 못할 맛이었으며 시골의 인심 또한 대단했습니다

추어탕 한 그릇으로 이웃간에 그날 저녁은 잔치가 되었고 태어나서 그렇게 많이 먹은 적은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

추어탕을 4그릇이나 먹었으니 말이지요

배가 터지는 줄 알았지만 이미 입맛은 추어탕에 취해 있었습니다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라고 이모님은 계속 퍼주셨고 또 여럿이 먹어서인지 맛도 한층 더 했지만 아름한 시골마당에서 짚이 타들어가는 고요한 내음까지 더하여 그 맛은 지상 최대였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모님의 손맛으로 인해 그 후론 추어탕을 매우 즐겨 찾지만 그 맛과 견줄만한 곳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원래 음식솜씨가 좋기로 소문난 이모님이었고 저는 아직도 그런 이모님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지금은 많이 노쇠한 이모님

어머니의 바로 위의 언니분이시지요

늘 가슴깊이 그리운 이모님이지만 그 넓고 그리운 이모님의 집엔 그리운 사람들이 이젠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하나 둘씩 떠나버려서 추억으로만 감당해야 하는 시인의 서늘한 마음에는 늘 하얗게만 아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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