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도에 핀 꽃망울
최마루 시인의 감성소리
울퉁불퉁한 인생에 빗댈 곳을 찾아보니 난지도가 그런대로 어울릴듯합니다
더러 헝클어진 시대의 웃음과 황당한 소리는 찢어진 고막의 실수라 매도하고도 펜을 들고 시멘트 포장지를 쭈욱 찢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나름의 한맺힌 그림을 한참 그려봅니다
어느 캔버스에는 풍성한 솜사탕 하나에 행복해하는 소녀부터 길거리에 어묵 파는 포장마차 부부와 평생을 기름에 저린 손으로 호떡을 만드시는 할머니까지 때론 겨울 신호등조차도 파랗게 질리고 입김들은 하늘을 향하여 하얀 겨울속으로 바삐 도망을 가는 하루들을 시계보듯 지켜보았습니다
어느새 또 하루가 지나고 비둘기 한 마리 없는 해질 무렵 여름나라의 시간보다 겨울나라 시간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종종 재촉하지요
이맘때면 아가씨의 늘씬한 다리도 롱부츠로 무장하고 블록의 따각이는 소리는 겨울을 점점 각인시켜갑니다
숱한 영화의 슬로묘션처럼 환영은 얼어가고 구국을 일으킨 반백년 전의 독립만세가 작은 빙산처럼 거세게 울렁입니다
아! 붉은 저녁노을이 타들어갑니다
냉기로 가득한 경건함에 겨울을 마주한 니어카에는 푸석한 연탄 몇 장이 초라하게 뒹굴고 있습니다
한 30 여 년 전 ... 어느 날!
억세게 추워서 엄마의 치마 자락에 파묻혀서 윗목에 조차도 나가기 싫었지만 꼭 늦은 저녁 간식거리였던 군고구마와 동치미 맛은 아직까지 삼삼히 잊을 수 없습니다
꼭 새벽때면 붙어 버린 연탄을 보며 흑백의 조화로움과 뜨거운 사랑을 어릴 때부터 서서히 읽어갔습니다
그때는 가난했지만 알싸한 추억으로 남아도 다음날 아침이 되면 빈병으로 엿을 바꾸어 주는 북치는 엿장수가 있어 나름은 좋았습니다
십원을 건네면 몇 주먹씩 되는 강냉이의 맛을 즐겼고 막걸리통 소뼈까지도 알뜰하게 모아갔지요
그렇게 즐거운 겨울이었건만 요즘 경제지표가 떨어지고 지금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어려운 바람을 모두 안은 사연들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예전에 시외버스터미널 마당에 지게꾼 아저씨는 자신의 뼈를 갉아가면서까지 자식들의 뒷바라지에 영혼마저 아끼지 않았고 달리 한편에는 술주정꾼 남편의 망치같은 주먹에도 힘없이 쓰러진 아낙네는 오직 자식과 함께 뒷날의 행복을 위해 술과 싸워가는 것을 보고 들었지요
그때는 비참하다기보다 얄미운 세월들이었습니다
아니 더러운 시간을 새기면서 엮어나간 억척의 세월인지도 모르지요
70년대초 당시 서민들의 일상은 초라해보였어도 감성은 풍부했던 것 같습니다
바가지에 담긴 30원어치의 콩나물로 한 가족의 식사를 도와주었고 그렇게 저렇게 아껴 살았기에 아마 지금의 여기까지 오질 않았나 생각이드네요
요즘 들어 뒤죽박죽인 세상인심들이 난무한 현실이 점차 극악스러운 범죄에 밀려 희미해보입니다
2012년 현재 이 시대가 정말 어려우니 몇몇 시인들의 노래는 안개속에 쌓인 폐허의 도시가 되어 가는 것만 같습니다
안개! 그 참으로 그리운 단어이고 은근히 운치있는 환형입니다
추억도 되는 단어이지만 지금처럼 고통스럽고 부담스러운 단어가 이 안개만한 게 또 없을 것 같습니다
뉴스에서는 시시각각 새로운 사건들을 발표하고 카드빚에 시달려 애기와 아파트에서 투신 그리고 유흥비 마련등의 난리법석으로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예전에는 연탄가스 중독사고로 가여운 사람들이 세상을 멀리한 것과는 많이 비교가 됩니다
연탄은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말썽이었고 탄광매몰로 인하여 광부들이 수 없이 사망하면서도 그렇게 서민들의 따뜻한 온기가 되어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 한 곳에라도 시선을 둘 수가 없습니다
밖으로는 북한의 기막힌 전략 전술부터 독도문제와 동북공정까지 우리의 이웃나라들조차도 개찰반이고 동서남북에 노숙자와 이해관계대립 그리고 농산물개방은 이미 오래되었고 이웃나라의 약삭 빠른 경제무역과 보이지 않는 검은 정치자금의 악취등 곳곳에서 솥아 내는 쓰레기같은 사방팔방의 현실에서는 그저 이 사람은 난지도 밖에 떠오르질 않습니다
그러니 행복을 추구할 명백한 권리를 찾아서 보다 새로운 안녕으로 찾아오는 날을 기다리며 ... 대한민국 시인은 시어같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만을 날마다 추억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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