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에 스민 추억의 놀이
최마루 시인의 감성소리
코딱지가 아니고 종이로 만든 딱지가 생각난다
오래전(2004년) 추석날 처가에서 검찰청에 근무하는 작은 처남이 보너스로 아이들에게 선물용 과자 한 상자를 사주었다
물론 갖가지 포장된 과자상자를 평소 무심코 버리다가 그날따라 이상하게 어릴 때 접어서 친구들과 놀던 생각으로 피식거리다가 그냥 딱지 하나를 만들어 아들에게 줘보니 의외의 반응이 좋았다
일곱 살 아들이 아빠 이거 햄토리나 다른 딱지보다 다른데 어떻게 하는 거야
그래서 하나를 더 만들어 생방송으로 보여줬다
그러자 저 혼자 신난 거다
두꺼운 종이가 주위에 없어 과자상자로 여러 개를 땀 흘려가며 접어주었다
오늘만 가지고 놀겠지 아! 쉽게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아들은 딱지를 들고 집에까지 가져와 매일마다 나와 딱지를 쳐 달란다
첫날 쳐주었더니 팔이 꽤 아팠다
아들 역시 팔이 아프다고 말해 놓고도 장난삼아 딱지치자 그러면 눈빛이 싹 달라진다
그것도 내가 많이 따면 아들 녀석이 따보려고 땀까지 송글송글 맺혀가며 달려든다
쥐방울만한 게 승부욕이 있어 내심 기뻤다
암! 남자라면 좀은 심지가 강해야해야지
그러나 내가 슬쩍 잃어 주면 신나게 빡빡거리면서 너무 좋아라 한다
문득 옛날 생각이 많이 떠오른다
내가 아들 녀석만 할 때 종이가 마땅찮아 어머니가 사준 전래동화 (당시 가격은 굉장)를 전 딱지화하여 동네친구들에게 모두 잃어버렸다는 회상들이 가슴 아프게 남아있다 그리고 어머니께 엄청 혼이 난 것까지 (할마씨 그땐 너무 심했어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 어쩌면 당시 잃음과 얻음에 묘한 거래가 공존한다는 약속의 법칙을 자연스레 깨달았고 방법만 틀릴 뿐 이런 내기는 곧 노름이 된다는 생각까지 (생각의 연속이 심했나) 하기야 뭔 종이로 장난까지 하겠냐마는 사실 돈도 솜과 펄프의 공동체로 섞이질 않았냐 이 말이다
여하튼 팔이 아파도 오늘도 퇴근해서 아들과 딱지를 쳐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슬쩍 겁이 난다 아니 장기간은 갈 것 같다 지금 갑자기 팔이 저려온다
아내는 집이 2층 다세대라 아래층에 시끄럽다고 주의를 주고 네 살 난 딸은 자기도 끼워 달라고 조막막한 손으로 큰 딱지를 놓고 앙탈부리고 아들 녀석은 빨리 쳐달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이것이 행복이고 일곱 살 아들 녀석의 조그마한 추억이나 될까 싶다
그래 좋다! 까짓 꺼!
혁아 오늘부터 아빠 팔 빠지게 방바닥 금도 쭈욱 그려놓고 혁이 엄마 목 터지고 얀쨩이 앙탈부려서 오줌 쌀 때까지 그리고 딱지 부숴질 때까지 쳐줄게 함 쳐보자 근데 이 녀석이 딱지 치자는 것도 며칠이나 갈려나
이참에 아들 녀석의 인내심과 끈기를 한번 보아야겠다
그리고 조만간에 돌딱지 치는 거도 가르쳐 주고 내가 어릴 때 놀았던 고무신 자동차도 모래와 자갈이 있는 곳에서 멋지게 선을 보여야겠군
참 구슬치기도 있고 참딱지 고무총(일명새총) 나무젓가락 총 닭싸움 제기차기 술래등 음 보자 또 뭐가 있더라
아주 많았는데...기억이 가물치가 되어 미끌어진다
우연찮게 접어준 딱지놀이처럼 요즘 아이들에겐 그나마 우리의 어린 시절처럼 여유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땐 아이스크림 하나 짜장면 한 그릇 먹기도 힘들었는데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시대야 더욱 곤혹스러운 세대란 걸 익히 들어 왔으니 그 어른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있고 우리가 있어 자손이 있고 놀이 문화도 세대를 달리하는 것이 너무나 또렷하게 보이는 것 같다
한 세대가 얼추 33년 정도라니 예전 화약 딱총도 있었는데 명절마다 어울리는 쥐불놀이 고무줄뛰기 공기놀이 참으로 많았구나
요즘처럼 각박하다 못해 자신을 잊어버리는 추한 어른들 때문에 동심이 멍드는 소식을 접하면 가슴이 너무나 아프다
그래 맞았어!
아들은 곧 나의 분신이자 영원한 내 친구니까
그럼 딸애에게는...뭐 미안하지만 아내의 몫이랄까
여성스럽게 노는 방법까지는 잘은 모르겠다
인형 옷 입히기 살림놀이(이거 아이들끼리 족보 완전 바뀌지 빨간 벽돌이 고추가루가 되고 모래가 밥되고 오빠가 아들 되고 엄마가 딸 되고 자신이가 엄마 된다 가족사에 주워들은 거 모두 토해낸다 옆에서 가만 보면 정말 가관이지) 공기놀이 그리고 손목 때리기 꿀밤까지
그래 부모로서의 부탁 하나 하자
얘들아 알차고 건강하게 남에게는 이로운 일을 하는 큰사람으로 자라다오
너무나 아끼고 귀여운
나의 도토리들
쪼~오~옥~~~~~~~~
시인은 오늘도 해맑은 아이들을 보면서 낮에는 태양같이 밤에는 별빛같이 자식 바보처럼 해벌쭉 웃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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