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물꽃
詩 최 마루
그땐 다붓하니 그랬었지
통기타 하나에도 세상은 우리들의 것이었고
차와 시와 음악이 있다면
무릇 다채로운 낭만이 풍성히도 무르 익었어
우리의 청춘은 늘 안온한 쉼터였으니
좋은 귀절이면 명언처럼 존경했으며
영자신문과 통 넓은 청바지에 제법 폼도 잡았었지
그러니
생기 넘치는 젊음이야 영원한 줄로 믿었어
허나
세월은 그간 오만 사연을 안고서 녹물처럼 흘렀고
심원한 향비파에 흠뻑 취하여
까맣게 잊고 살아온 생의 은은한 껍질들을
나도 모르게 하나씩하나씩
그윽하니 벗기어내고 있을 줄이야!
* 심원하다 :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깊다
* 향비파(鄕琵琶) : 향악에 쓰는 현악기의 하나로 신라 때 만들어졌으며
네 줄을 가진 당비파와 달리 다섯줄로 되어 있다
☆ 글쓴이 소개 ☆
* 대한민국 시인 文明 최 마루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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