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경계 (1)
詩 최 마루
가난은 삶에 가장 강함을 배우게 하는 시련일 뿐이다
그러나 가난은 자랑도 아니지만 그렇게 배척할 이유도 없다
가난을 모르면 현재에 처한 귀함의 부유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1 -
붉은 짬뽕하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즐기는데 휴일이 되면 꼭 짬뽕을 만들어봅니다
허나
중국집 요리가 아닌 냉장고에 외로된 찬들을 모아서 한 냄비로 불러들입니다
그 맛이야 배고프면 맛나고 아님 죽을 맛입니다
식구들조차 손을 내젖지만 난들 아까우니 최대한 끼니에 맞추어 줄여갑니다
하지만
맛으로 굳이 비교하자면 군 입대 첫날 저녁의 그 고역스러웠던 짬밥 향기보단
엄청나게 맛난 음식입니다
- 2 -
최전방부대 근무 당시 어느 저녁 열 시경 매복에 차출되어 지정된 고지에서
밤새도록 야간경계에 참여 했습니다
칠흑같은 밤이어서인지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산새의 침묵은 무서울 정도로
괴괴하기까지 했습니다
하기야 무장공비들의 침투경로 다순위 지역이어서인지 임무조는 완전중무장한 채로
모두들 긴장상태였습니다
자정이 너머 깊은 새벽이 이르자 밀려드는 졸음과 엄청나게 몰려오는 배고픔
그리고 간절하게 그리웠던 엄마생각에 철모의 턱끈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들었습니다
강력한 군기도 군기지만 야밤이라 옆조차 보이질 않았으니
전방을 예민한 청각에 맡기고 동물적인 감각을 송곳처럼 주시한 채로
그날은 가슴으로 엄마를 생각하며 마음껏 울어버렸습니다
익일 새벽 여섯 시경 무전기는 오랜 침묵을 깨고 시간 내 철수 명령이 떨어지자
일사불란하게 작전지역을 사주경계와 동시에 수색을 겸하여 부대 후문으로
무사히 귀대했습니다
이후 세면을 하고 아침식사 후 곧바로 오전 취침에 들어가자 꿈속에서
그렇게도 그리웠던 엄마가 찾아오셔서 정말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아무리 강인한 군인정신도 엄마 앞에선 솜사탕처럼 녹아내려버렸습니다
그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을 알고야말았습니다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은 인류역사에 가장 완벽한 최신식 무기란 걸 말이지요
- 3 -
어릴 때는 라면 맛이 별미였는데 나이가 들수록 국수가 부담없이 좋습니다
젊었을 때는 젊음으로 나이가 들수록 과거의 잔상들이 더더욱 그리워집니다
입맛도 세월따라 누구나 없이 변하는 것 같아 아리송합니다
다만 추억의 맛으로 살아간다는 게 세심한 추억을 그리는 일상의 고백과도
정히 같아 보입니다
- 4 -
어느 날 유년시절의 추억을 함께 나눈 친구가 대머리가 되어 나타났습니다
아! 나른한 충격에 아연실색입니다
저 녀석의 모습에 반만이 내 모양이라면 나와는 동갑이니 내가 한동안 말이 없어집니다
문득 달려가는 세월의 뒷덜미를 갈겨 버리고 싶어도 미꾸라지처럼 도망가는 심사에
또 어쩔 도리가 없음을 알아버립니다
타인들처럼 마냥 인생의 별미만 찾아다니다가 이대로 서서히 떠나는 것 같아
못내 악착같은 삶이 한동안 그저 지겨워만집니다
- 5 -
오늘부터 창밖엔 장마의 서막이 열리고 몇 해 전 좋은 나라 찾아서
모질게도 떠나버린 두 명의 친구가 간절하게 생각납니다
정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승엔 아주 없다고 생각하니
그들과의 작은 추억 하나하나들이 바늘처럼 폐부를 찔러댑니다
한동안 녀석들이 너무나 보고 싶어서 술로 그리움을 지웠지만
내게 남는 건 몇 개의 어금니가 주저앉는 고통을 덥석 안겨주더군요
시간의 얇은 막들이 어느 정도 지나자 슬며시 충격도 수그러든 이후
장마철만 되면 내겐 쓸쓸한 저녁이지만 먼저 서둘러 떠난 그들에겐
행복한 저녁이기를 기도해봅니다
그것만이 한때 이승에서 친구였던 애틋한 인연의
진정한 소원일 뿐입니다
- 6 -
아마도 내가 열 살쯤
뒤뜰 개미집을 매일같이 찾아서 담벼락에 다소곳이 기대이길 좋아 했습니다
부지런한 개미들은 언제 보아도 행복해합니다
나는 따스한 태양과 어우러져 해바라기가 되어봅니다
잠시 넋을 놓고 마른 명태가 되어도 보고 오후반 학교 가는 길을 잊어버립니다
어느 늦은 오후
억수같은 장대비는 내 몸을 풀잎처럼 젖어놓았습니다
문득 개미집 대문을 두드리니 형편상 저녁일과 중이랍니다
그날부터 개미처럼 흉내를 내어 저녁숙제를 하고 예습과 복습을 시작했습니다
개미의 힘도 대단하지만 정신력은 아마도 사람의 몇 십 곱절은 될 것 같습니다
하기사 지구상에 있는 개미 무게나 사람의 무게나 비슷하다는데
요즘은
개미보다 못한 사람들이 점차 많은 것 같아서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 7 -
초등학교를 막 입학한 이후
한동안 연필을 깎지 못하여 대충 이빨로 물어뜯어 사용 했습니다
어느 날 받아쓰기 중에 담임선생님이 유심히 내 손을 보고 있더군요
갑자기 유난스레 부끄러워져서
연필을 쥐고 있던 손가락들을 최소한 시험지위에 바짝 붙여
불러 주시는 대로 받아쓰고 있었습니다
채점결과 내 시험지는 자모음의 위치가 삐뚤삐뚤하였으니
선생님은 몇 개를 오답으로 처리해버렸습니다
나는 분명 모두 정확히 쓴 정답이었습니다
억울했지만 겨우 여덟 살이어서 항변도 참아야했습니다
결국은
선생님이 주신 84점과 내가 모두 맞힌 100점과는 16점의 공백에
심각한 괴리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나는 금방 그 원인을 알아버렸습니다
그날은 심각한 고민의 저녁이었으니
나의 소심함이었음을 뉘우치고 어린 나이임에도 굉장히 분개하여
밤잠을 놓아버렸습니다
이후 모든 면에 있어 무조건적인 독선이 아닌 이해와 양심을 우선하여
차후 무슨 일이든 당당하기로 그날부터 나와 무섭게 약속 했습니다
- 8 -
책에는 근사하게도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라는
멋진 귀절이 있는데
오래전부터 말만 그렇지 무언가 이상야릇한 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요!
태어날 때부터 권리나 의무 등이 평등을 원칙주의로 고수한다지만
내 눈에조차 우리의 교육에는 그 어떠한 가르침이 보이질 않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내 눈깔에 박꽃이 피었겠지요
- 9 -
* 미완(未完) : 미완성
* 경계(警戒): 옳지 않은 일이니 잘못된 일들을 말도록 타일러서 주의하게 하는 것
☆ 글쓴이 소개 ☆
* 대한민국 시인 文明 최 마루님의 글입니다.
<-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음 ->
* < 주의 - *주의!! -
동의 없이 무단전재, 표절 및 재배포, 복사등 절대금지 >
choe33281004@nate.com
* 여러분의 즐거운 감상바랍니다.
'생각하는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추억의 조각 (0) | 2013.06.25 |
|---|---|
| 찬란한 조국의 하늘은 (0) | 2013.06.23 |
| 미완의 경계 (2) (0) | 2013.06.20 |
| 저격수 (0) | 2013.06.17 |
| 생각의 뿔 (0) | 2013.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