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明 최마루 시인의 고혹한 시어는 언제나 분홍빛 나비로 화하여 영롱한 시향과 함께 영속의 숱한 세월들을 수려하게 채색해갑니다

대한민국 시인 文明 최마루의 시어 탐구는 광활한 우주를 표표히 너머 외계의 이채로운 물음표에 살포시 안착해봅니다

최마루 시인의 은은한 분홍빛 선율 속으로 휩싸여버린 숭고한 사색!

글쟁이 잡놈마루의 호곡소리

미완의 애증

시인 文明 최마루 2013. 6. 27. 01:31

미완의 애증


                                                    詩 최 마루


내가 군인이었을 때 임무차 잠시 부대에서 외출 중에 어느 촌부가 힘겹게 손수레를

밀고가기에 진심으로 도와주었더니 토마토만한 귀여운 참외 몇 알을 주시어 고맙게

받았습니다

그때 마침 길 건너에 어느 소년이 지켜 보길래 두 알을 주었더니 먹지는 않고 바지가

터지도록 꾸역꾸역 밀어 넣습니다

까닭을 물어보니 동생과 나누어 먹겠답니다

그 마음씨가 하도 기특해서 가까운 거리의 조그마한 할매집으로 데려가 사이다와

빵을 사주었습니다

그러자 고맙다고 크게 인사를 하고는 쏜살같이 사라져버립니다


그런데 가게주인 아주머니 말씀이 그 아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도 없이

편찮으신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불쌍한 아이랍니다

그날따라 군복에 남은 몇 장의 지폐가 심히 축축해져왔습니다

부대 복귀도중 그렇게 힘든 마음을 안고 정문을 통과한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쯤 아마 그 소년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리라 고대할 뿐입니다


- 1 -


서른이 다 되어갈 무렵

사회생활에 적응이 만만찮아 동료들과 어울려 조금씩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소주가 너무나 지독한지라 물을 섞어가며 마셨지만 나와는 별로 친하지는 않더군요

그러다 우연히 바텐더에 홀로 앉아 우유빛같은 음악을 들으며 가볍게 한잔 할 수

있는 집을 알고 가끔 즐겨 찾았었지요

하지만 나와는 어울리지 않음을 금방 알아버렸습니다


왜냐면 혼자서 이 생각 저 생각에 주량보다 두 세배를 홀짝거리니

나를 쉽게 잊어버리기 일쑤인지라 그게 정말 싫었던 것이었지요


- 2 -


오랜만에 친한 선배와 분위기 있는 선술집에서 미담을 나누던 중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십대의 건장한 청년남녀 십여 명이 옆자리를 차지합니다

해서 꽤나 시끄러워질 것 같아 다른 집으로 자리를 옮겨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의외로 아주 조용했습니다

아니 전혀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더군요

의아해서 옆을 돌아보니 모두 수화로만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대충 보아도 장애우들과 특수교육학과 학생들 같았습니다

조금 전 잘못된 나의 판단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오히려 그들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였습니다

순간 사람들의 교감이란 게 진정으로 나누기에 따라 다르다는 것과 아쉽게도

수화는 세계 공용어가 아님을 알았습니다

한참 후 그 자리를 나오면서 무언지는 몰라도 묘한 깨달음을 뭉클하게 얻어가는

신이한 날이었음은 분명했습니다


- 3 -


간만에 친구와 동네의 소머리국밥집을 찾았습니다

마침 소변이 급해 일을 보고 나오던 중 문득 가마솥에 끓고 있는 머리뼈에

기름덩이를 제거하는 주인아줌마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소머리 반토막이 옆으로 누운 채로 치석이 누렇게 끼인 소의 이빨을 보고

왠지 그 음식이 꺼림직했습니다

해서 주인에게 삶기 전에 소에게 양치질은 했냐고 물으니 평생 풀만 뜯어먹은

동물이라 오히려 누런 때가 영양덩이라고 여운을 남기더군요

친구에게 방금 일어난 이야기를 하자 배고프면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게

사람의 심정인데 자네는 오늘 저녁은 아니 먹어도 되겠다고 싱겁게 말합니다

순간 내가 너무 깔끔을 떨었나 싶었지만 아! 하얀 국물에 어우러진 머리국밥이

내 코밑으로 누워있습니다

밥을 말고는 한술을 뜨자 하얀 국물처럼 머리가 하얘지면서 금새 혓바닥엔

난리가 납니다


- 4 -


세상 어디에나 또래의 어울림이 있어요

맟춤형 분위기도 있지요

경쾌하게만 살고 싶어요

생의 후렴구에서 멋과 흥이 절로 넘치면 신명난 삶이었다고 말할 수는 있겠는지요


- 5 -


오음계에서 더 높은 지위를 얻어 발전하면 그 화려함의 색채는 어디까지일까요

어차피 빠를수록 곡소리는 딱 한번 들어야 할 텐데 내 언제 마무리가

참으로 난감할 것 같습니다


- 6 -


한때 생의 소용돌이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그리워하던 다른 세상을 불알친구가 대신하여 안타깝게도 먼저 떠나버렸어요

그 후론 암초같은 세상을 원망하며 늙어가는 세월을 기다리며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분홍빛 날인가!

내가 마음의 눈을 떴을 때 애수의 서정이 애잔하게도 파란 깃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새로이 편곡되어진 삶의 단정한 형식

그 안에 특유의 인생살이가 열두 달 너머 다시 재생되었습니다


-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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