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일기
詩최마루
어느새 유언처럼 빠져 버린 새하얀 얘기
목구멍에서 조차 새지 않는 숫한 참회를
바삐 서술해본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들개처럼 뛰어다녀도
거대한 탐욕의 피는 조용하게는 마르지 않았다
사람들의 인정 속엔
뜨거운 용광로가 하나씩 있다는 거와
무딘 날의 녹슨 칼자루를 악착같이 갈고
언제부터인가
권태로운 일기를 매일 쓰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일기의 서두에 보면
은 고리에 조그마한 별을 달아서
아득히 그림자 지는 곳에
익명의 씨앗을 심어놓고
기류를 안고 떨어진 모난 상처들만 모아
또 다시
완벽하게 상상한 설계도를 부끄럽게 그리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나즉이 자율신경을 섬세히 더듬어
저들만의 살풋한 연애를 진실로 만끽해보는데
생의 거룩한 샘물을 한 모금 삼킬 시각
일기의 결말은
먼지처럼 흔적 없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