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안에 갇힌 시간의 여러 유형들과 어울린 시계는
변함없이 달린다
詩최마루
시계는 변함없이 일정한 방향으로 매일같이 달려가는데
싱싱하고 멀쩡하던 사람들의 얼굴은 점점점 삭아지고
머리위로는 반갑지 않게 하얀 눈이 내리고 자꾸 내리고
이마의 주름은 생의 계급장처럼 골이 깊어 얄밉구나
탄식이 몸서리 칠 즈음
이를 어쩌나! 어찌하나!
시계는 무거운 시간을 업고 달린 세월의 신비로운 저녁을 예약하고 있다
그리고
생은 누구에게나 자유로운 24시간의 화선지와 원고지를 준다
결국은
살아가면서 익히는 체험들을 표현하고 서술하라는 거룩한 까닭이겠지
하루살이 나이로 대략 가늠하여 3시간을 10년으로 계산한다면
인생 80에는 희로애락의 시비를 과연 가볍게 구분할 수는 있을까
시계와 시간과 세월은 삼각형모양의 피라미드구조
원형에 가깝도록 영원히 돌아가는 주문을 알맞게 외우며
세월이 한참 또 한참을 지난 후 진화된 이의 불투명한 얼굴
생각해보면
지금도 나름은 또렷한 사람의 몰골이지만
거듭 진보와 진화로 추상된 삼각형안에서는
위대한 조상으로 대접 받으며 숭고하게 잊혀 나질까
사람의 지적인 역량과 시계의 괴이한 인연을 다각도로 접목해보면
낙담은 아니지만
결국은 살과 피의 관계처럼 그렇게 될 거야
똑 같은 소리를 내며
똑 같은 길을 변함없이 제대로 찾아가는 시계가 대단히 부럽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