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죄인
詩최마루
이미 검은 곰팡이로 굳은 둔중한 감옥 안에
괴괴한 거미줄마다 비뚤어진 날짜를 애써 걸쳐봅니다
그리고 거룩하게 나를 꼭꼭 가두어놓고
두부처럼 물컹거리는 발바닥을 온종일 문질렀지요
왜냐구요
잘못 디뎌버린 못난 발이기 때문이지요
살아가면서 다소 엉뚱히 건넨 인생 길이
올바른 해석에 미미한 걸림돌이 되었고
작은 실수가 지금껏 가슴치는 화근이 될 줄이야
그래서 더럽고 추악한 각오를 했습니다
악랄하게 살면서
무의미한 이빨을 죄다 송곳처럼 갈기로 했지요
덕분에
나는 밤에만 태동하여
어둠을 지극히 사랑하는 1001번의 고독한 죄수랍니다
옥중에서도 가장 사납고 잔인하기로 소문난 나는
어느날 감옥 안으로 살며시 들어오는 한줄기 생명 같은 빛을 보고
형언할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답니다
순간 살아있음에 대한 영광된 축복과 새로운 희망을 번개처럼 깨우치고
뒤늦게나마 세상을 바로 쳐다보지 못한 비뚤어진 눈동자가
제대로 자리를 찾는 순간이었지요
모양이 같은 고독한 죄수들은 이런 나를 실성하였다고 조롱했지만
나에겐 신비로운 행복감으로
가슴깊이에 불꽃처럼 그 무엇이 뜨거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젊은 교도관이 저에게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그는 항상 나를 지켜보는 나의 아들이니까요
나의 이력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생에 거칠게 침체된 고독한 습관을 제복처럼 입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나의 멧돼지 같은 욕심과 들개같은 흉포함에 사람들은 치를 떨었고
고독한 범죄수법으로 가장 잔인하게 악랄한 강의를 하면
모두가 절정의 뜨거운 박수를 주었지요
내가 닥치는 대로 씨부럴거리는 낱말은
국어사전에 없는 신조어가 되었고
나는 이름조차 없는 맹똥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나도 희박한 언어를 가진 사람이기에
한번씩은 낳아준 어미가 그리웠고
애비가 누군인지 죽도록 보고파서
너무나 너무나 당신들이 미울 때도 있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도 몇 해전 사고로 떠나면서
나의 미치광이 정서는
브레이크 없는 야생마처럼
아주 멋들어지게 미쳐버린 어둠 그 자체였지요
덕분에
여기 이렇게 쾡한 짐승처럼
쿰쿰한 신음소리를 내며 눅눅하게 퍼져있습니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 나의 삶 자체가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온몸의 검은 피들은 회한과 후회로 망설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뜻밖에 말끔하니 옥빛같은 꿈을 꾸었지요
생전 처음 바라본 길조 한 마리가 비좁은 감옥 안으로
깔끄미 경직된 그림자를 뭉클하게 안고
거짓처럼 나에게 행복이 나렸답니다
그 순간 흥분된 마음과 떨리는 몸
나의 더러운 영혼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금새 하얀 속살을 드러내었습니다
그 동안 가치 없는 거대한 방황으로
나는 바보였음을 부끄러워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사죄하는 마음으로
따뜻하고 밝은 햇볕이 정말 너무나 아름다웠지요
무언가 조금은 알듯한 단어하나를 올바르게 찾다가
소중한 생명으로 살아있음에 고마웠고
잠시였지만 영광되게 깨우친 순간의
잊지 못할 참다운 감회였고
나의 고름 같은 피가 더더욱 맑게 정화되는
최상의 순간이었습니다
살아야 했습니다
살고 싶었습니다
생에 마지막 짧게 남은 시간까지 소중하게 아껴쓸 수 있도록
애절한 마음으로
지상의 모든 신께 간절하게 허락을 구하였지요
감사하고 안락했습니다
지나간 시간들을 회상해보면
너무나 억울하답니다
어둠의 아들로 착각하여
모진 빗물과 역겨운 바람이 되어
오직 세상에서 미움 그 하나만을 존경했습니다
때로 세찬 겨울
그러한 날만 추위와 배고픔에
나는 소설처럼 엉성한 쟝발장이 되었답니다
현실은 빙벽의 가파름보다 높았고
그 동안 내가 머물 수 있는 자리는
죽음에 임박한 초라한 묘지보다 못한 인생이었지요
마음 깊은 곳에는 따뜻한 사람이고 싶었고
나도 정말 따스하고 온화로운 사람임을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새로운 인생을 위하여
나의 지독한 고독은
평생 못난 형을 위해 기도하던
불쌍한 아우를 따라 멀리 멀리 떠났습니다
그날은 정말 눈알이 빠지도록 많이 울었지요
밤새 퉁퉁 불도록 울어도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후회의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답니다
나의 죄수번호 1001번처럼
1001명 그 이상의 고독한 죄인들에게
그간 못다한 행복과 부족한 사랑을
아낌없이 진심으로 나누고 싶습니다
나는 나의 죄값을 다하는 날을 기다리며
이렇게나마 상상해 봅니다
이제는 금마루에 걸린 까마귀도
탐실한 한정식을 차려놓고
정서가 매우 고픈 이들에게
구수한 밀밭식당를 차려놓습니다
육상의 가마솥에는
오복의 곰탕들이 하얀 골수를 억척스레 뿜어
뚝배기에 나렷이 맛짱으로 등극하고
해상에는 돌섬에 붙은 미역 조개 해초가
온갖 해조류의 타운을 지어놓고
푸르른 향기와 맛으로 풍부한 바다학교 동창회도 갖는데
아름답고 황홀한 시어의 분위기
아! 이 얼마나 환상적이고 즐거운 행복입니까
새로운 영광과 환희
타박한 외로움을 벗어 던지는 기쁜 순간
출소를 앞두고 젊은 교도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모든 것에게 희망을 심어 지극히 사랑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번잡한 거미줄도 확 걷어야겠네요
이제 둔탁한 마음의 짐을 가볍게 내동댕이치며
올오르는 짜릿한 가슴
나의 짧은 생에 단 한번도 느끼지 못한
너무나 감사한 신비로움 자체입니다
다짐합니다
나는 고독의 감옥으로 탈출한 뒤에도
습관처럼 어둠의 옷을 개념치 않고 입을 것입니다
그리고
불행과 고독으로 가여운 이들에게
행운의 재주와 풍부한 정성을 다하여
마음의 평화를 맛깔스레 요리할 것입니다
고뇌를 희망으로 요리하는 이성의 천국이여!
가스불은 이제 정말 신명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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