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혼
詩최마루
예전엔 고소하니 촉촉했을 황금색의 땅
검은 아스팔트 쭈욱 누워 녹색 풀마저 외면하는데
요즘 둥근 바퀴와의 친밀도는 그런대로 괜찮은 거 같다
오죽하면 마사이 신발이 다 튀어나오고
나름의 선각자들은 대체만족들하고 글쎄 글쎄다
난 그저 고도의 문명이란 게 도통 햇갈릴뿐인데
그냥 물 좋은 곳에 각 잡고
정자나무 밑에 동치미 한 사발 거나이 마신 후
구수한 창이나 불렀으면
부르다 지치면 한숨 자고
질기고 향내 좋은 나물에 동동주 한잔
캬! 세상 넘어지는구나
근데 저기
오밀조밀 팍팍한 동네 전자상가에
신기한 물건 하나 들어왔지
누룽지도 없는 희한한 밥솥
먹는 거 마저도 제멋대로 우쭐거리다니
세대에 따라 자존심조차 빡빡 긇지 못하는
밥주걱의 신세가 안타깝고 민망할 따름이다
'아! 나의 영원한 사랑이어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예열된 시간 (0) | 2009.04.29 |
|---|---|
| 목뼈 (0) | 2009.04.18 |
| 천상으로의 외박 (0) | 2009.04.18 |
| 바람의 노래 (0) | 2009.04.18 |
| 오두막하나 석유램프 (0) | 2009.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