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놈
詩최마루
나는 천성이 게으른 태생입니다
매사에 짜증도 잘 내죠
귀찮은 건 정말 싫어합니다
그래서 대충 대충하는 멋진 근성이 있죠
오죽하면 제 이름이 성근 이겠습니까
이기적이니 독선이니 일침을 가하는 폐독한 말들은 저의 우뚝한 단점 중에 으뜸이죠
양념조로 욕설 제조기도 고쳐놓았습니다
이런 나에게
사람들은 왜 시를 쓰냐고 묻습니다
나는 소설이 쓰기 귀찮아서 시를 쓴다고 대답을 하지요
소설은 일단 방대하여 싫고 짧은 글들은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편집도해야 하고
거 정말 대단히 까탈스럽고 귀찮죠
그래도 머리 터지도록 압축하고 함축해서 번듯하게 무얼 하나 그려보겠다는 게
그나마 나에겐 천만다행입니다
무심한 세월 흘러가듯 저의 축 늘어진 하품 하나가
뭉툭한 입에서는 어설픈 시로 겨우 탄생하죠
뭐! 나는 이렇게 대충 삽니다
나에겐 아침 따위는 아예 없고 점심은 있었나 모르겠네요
아! 밤은 분명 있다는 거 잘 알죠
그리고 귀찮게 매끼마다 왜 식사를 해야 하는지 난 아직도 그걸 모르겠네요
방금 시장에 다녀온 아내가 쫑알거리며 빈둥거리는 나에게 오늘따라 심하게 샐쭉하네요
서로 아끼지만 뭐 정으로 사는 거겠죠
그래도 나에겐 아내는 항상 귀엽고 예쁩니다
딴에 처복은 좀 있는 거 같아 기분은 삼삼하네요
서로에게 사실 말이 필요 없죠 눅진하게 사랑하니까요
나에게 버릇이 있다면 매일을 심하게 갸우뚱거리며 두꺼운 안경알을 닦는다는 것이지요
펜과 수첩은 술 먹는 날 빼고는 거의 비상대기입니다
나는 다양한 생각들을 나만의 다분한 그림들로 채색해 봅니다
이럴때면 정신분열의 기쁨은 최상이 되고
보잘것없는 막대기 같은 팔이 날개로 변신하지요
신의 성서러운 허락 안에 엄숙함으로 나는 이제 정열적으로 비상합니다
타인은 나를 미친 자로 보겠지만 나는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솔직히 하고픈 말이 있다면 나처럼 세상도 멀쩡하게 미쳐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물 아니면 불 아닙니까
과학의 힘 그 위대함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도덕과 가치 그리고 순수한 포용심
하나 더 인심이란 거와 따스한 진리의 가슴
나는 대충은 살지만 뭔가 허접한건 마음에 정말이지 안들더군요
요즘 무엇이든 빠른 거 좋아들 하는데
느려도 자연적이며 순탄하고 정서가 맑은 풍경이 좋은 때가 더 많죠
물론 생각의 차이겠지만 얼굴도 모두 다른데 어떻게 저와 같은 생각으로
관념이나 사상이나 이해 정도를 맞출 수 있겠어요
무슨 이론이나 법칙을 따지기 전에
서로 안락한 삶의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잘 맞추어 보자는 게 나의 작은 소망입니다
나는 그냥 시만 쓸랍니다
천병을 앓은 후 시만 노래하라는 운명은 아니지만
나의 게으름과 무능한 근성은 아마 이승을 떠날 즈음 나을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나 자신도 나를 포기하며 삽니다
바깥 날씨는 어제나 오늘이나 어머니의 미소만큼 아주 맑고 포근하네요
지금은 대낮이지만 밤에는 고독한 손님이 약속 없이 방문하시니
저는 낮잠 좀 자야겠어요
복잡하면서도 빠른 세상 아둥바둥들 하지요
권력, 출세, 욕망, 부유한 물질들 글쎄요!
부족한 거 보다야 넉넉하면 좋겠지요
그러나
너무 눈빛 부시게 악착 같은 모난 님들의 모습
남들을 먼저 이롭게 하셔야지 안 그래요!
타인을 위한 순수한 배려도 한번씩은 생각해 보셔요
좋은 일에는 기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우리 그냥 대충들 하고 살아요
나처럼 아주 대충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