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나무
詩최마루
풍경이 새롭던 어느 날 여름 송아지가 풀을 뜯는다
나는 깡통에 메밥을 짖고 메뚜기를 구워 고소하게 먹어본다
먼 길은 수채화처럼 담담이 그려져 있고
그 위에 때깔 좋은 옻나무가 유난히 광채를 뿜고 있다
자그마한 저수지에 처녀귀신이 보인다
세상에 없을 너무나 맑은 옷을 단아하게 입고
일제시대 순사놈에게 욕을 보고 자살한 사연이 있단다
옥으로 빚은 가교에 살포시 앉아 버드나무 사이로 왜 하필이면 나를 바라 보았을까
처녀귀신의 슬픈 눈 그 미백의 얼굴색을 지금까지 잊어 본적이 없다
저수지의 괴괴한 빛깔처럼 주춤주춤 입질하는 물고기도 검푸르고
낚시하려다 차마 되돌아서는데
처녀귀신은 나를 부르지 않는다
애잔히도 뵈이던 미모
을씨년스런 그런 날 농염한 애인처럼 그녀가 무척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