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
詩 최마루
캄캄한 벼랑위에
조그마한 가슴 불안하게 끌어안고
비가 오는 날만을 고대하는데
바람에 흩날린 머리칼은 사계절 내내 꼬여 있다
문둥이 기름같은 진한고름도 고체로 굳은지 오래
세월은 흘러 목석같은 전설만 풍미롭게 흘려보내고
내년쯤 피는 꽃의 이름은 어떻게 지워놓을까
그냥 이대로 내가 왔다가는 이름없는 꽃
조용히 사라지는 뜻 모를 망각의 꽃
애써 생각지 않아도
기괴하게 역사를 알고 있을법한 그 모습대로
이해하지 못할 사연을 아직까지 풀어놓지 못하는 어려운 이야기들
시간이 갈수록 묘연해지는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들
바람은 굳건히 이런식으로 몰고만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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