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가 없는 사람들
詩최마루
문득 술 한잔 홀로 그리워
조용히 발길 멈춘 어느 날 어느 집이 기억납니다
분위기가 소설에 등장할 것 같은 쾌쾌한 집이었어요
외모가 누추한 여자가 기다린 듯이 나를 반깁니다
오래전 안면있는 사람처럼 살갑게 대하는데
테이블에 앉는 순간 어색한 후회가 밀려오더군요
항상
고혹한 가방을 훈장처럼 메고
희노애락에 생사의 빗장을 걸었지만
사연이 깊을 듯한 여자가 불쌍해 보여 몇 병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손님도 종업원도 아닌 불청객이었고
오로지 내 술병만을 탐닉하고 있더군요
돈은 내가 지불하고 술은 그녀의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횡설수설하는 모양새가 수십 년을 절망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녀의 희한한 사연에 기가 막혀버리더군요
그리고
아무에게나 얻어 먹는 술로 낙을 삼고
때론 몸도 간헐적으로 판다는 소리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녀가 호흡하는 담배연기가 더욱 짙어지고
주위 손님들은 좀비같은 형상들이며
그들의 눈에는 독기로 가득 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주인 할머니는 모서리에 졸고 있고
어느새 여자는 내 술을 악착같이 모두 마시고 있었습니다
건너편에 불량한 사내들은 버릇처럼 욕설이 오가고
급기야 불쌍한 영혼들이 제 마음에 있던 칼날들을 휘둘러댑니다
순간
테이블은 종이처럼 구겨지고 그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지만
지켜보는 나는 영화를 보듯 담담했습니다
경찰관들도 잠시 왔다가 눈치만 주고 가버리는걸 보니
이런 풍경들이 한두 해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놀란 것은 나에겐 예삿일이 아니었지만
이내 그들에겐 흔한 일로 정리가 되더군요
비록 원치 않는 구경을 한 셈이지만
흐릿한 생각들로 이미 나는 복잡해져버렸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곳엔 그림자가 없는 사람들뿐이었습니다
아니
집터가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처럼 뜨거워지더군요
그곳에 어느 듯 혼자란 생각이 들자
신기함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고
술 취한 여자는 엎드린 채 세상을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도
처마에 빗물은 떨어졌고
바람결에 날리는 입김도 애정으로 깊어만졌습니다
나의 장엄한 감성은
그만 눈물로 범벅이 되어 용수철처럼 튀어 나왔지만
작은 미련을 놓아두고 온 그 집이 가끔은 생각납니다
아쉽지만 그들은 지각있는 사람들과는
동행 할 수 없는 불쌍한 사람들 이었습니다
가히 그날은
나에게 우연찮게도 충격적인 기억들로 상기 되었습니다
불면증이 심한 요즘
잠시나마
고뇌를 싸놓고 나온 집이라 그냥 똥집으로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 글쓴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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