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明 최마루 시인의 고혹한 시어는 언제나 분홍빛 나비로 화하여 영롱한 시향과 함께 영속의 숱한 세월들을 수려하게 채색해갑니다

대한민국 시인 文明 최마루의 시어 탐구는 광활한 우주를 표표히 너머 외계의 이채로운 물음표에 살포시 안착해봅니다

최마루 시인의 은은한 분홍빛 선율 속으로 휩싸여버린 숭고한 사색!

글쟁이 잡놈마루의 호곡소리

빈 컵

시인 文明 최마루 2010. 12. 5. 03:52

빈 컵

 

           최마루

 

왜진 모서리에

공허의 기운을 감싸 안은 채

빈 컵의 그림자가 외로이 홀쭉하다

 

직감으로 보아 가난의 설움이

컵의 언저리에서 오랫동안 머물고 있었던 게다

먼데 

나직이 빈 잔이 부딪히는 소리에

빈 컵도 지레 부끄러운 손사레를 치다가

제 가벼운 무게에 놀라 나자빠진다

 

결국 

혼자서 지랄하다가 쓰레기통에 쳐 박혀도

아무도 관심 건네는 존재마저 없으니

세상으로 초라히 태어나

무형의 얕은 존재감이란 게

이럴 땐

그저 난감할 수 밖엔 별도리가 없는 것 같다

 

허전함과 실망과 자괴만이 출렁이는데

오욕에 차버린 빈 컵 주위로

자그마한 소외감이 타박타박 몰려온다

 

그래 

저따위 모양대로 살아가는 거 보다야

컵으로서의 멋진 일생을 마무리해야겠지

오래지 않은 각오에 힘입어

과감히 몸을 수직으로 내던진다

 

빈 컵이 깨어지는 우둔한 소리에

그림자 하나가

짧은 메아리를 남기며 유유히 사라진다

 

주위에 

비웃어주는 사물이 하나도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마지막 유형의 소리>

 

 

 

 

 

☆ 글쓴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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