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시대
詩최마루
섬처럼 고립된 빈방에 음침한 무성음은
하얀 그림처럼 뇌쇄적으로 말라있고
곰팡이 한줄기 모진 생명으로 이어
불쾌한 내음을 지독하게 몰고 옵니다
더구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갈 맹독을 품고
때를 기다리는 맹수와 같이
벽마다 아가리에 포자들을 한가득 물고 있습니다
음침한 까닭을 피력하자면
수많은 역사가 지나간 저주의 땅위에
수 세기동안 한의 서리를 원없이 내리어
철천지 원수를 기다리는 처절함이야말로
인간이 참아내기엔 너무나 크나큰 고통이었을겁니다
더불어 조국의 온유한 연못에도
숱한 원한이 끝없이 괴이어
그 피빛이 오래도록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매년마다
억울한 혼령들이 사상에 맞는 묘터를 옮겨
파장에 맞는 자를 하나씩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야말로 공포는 극에 달하고
바람조차 가까이하려 하질 않습니다
더욱이 습기가 많은 이유로 물방울이 비수처럼 날카로워
모든 식물들이 억울하게 죽어나갑니다
오랜동안
따뜻한 사람들의 그림자는 끊긴지 오래이고
동굴같은 암흑의 골방에는 연이어
빈약한 마음들만이 실험의 대상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날마다 드센 태양조차 온 나절 지치어
색 바랜 어둠을 맞이하면
그새 미비해진 그리움은 재를 남기며 사라지고
곰팡이 꽃은 저주의 웃음을 가증스레 흩날립니다
검은 나방 검은 구름 검은 소리 그리고 검은 비
또 다른 감각의 무채색으로 탈색되어진 숱한 기억들
어쩌면 세상의 한켠에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탄광같은 이곳의 비운을
아마 나밖에는 모를 것 같습니다
그사이 시간은 연기처럼 흐르고
부담스러운 일들로 고민하던 어느 괴괴한 달밤에
고요히 흐르는 검은 강물위로
평생을 찢기운 육체를 서럽게 씻어 내려보니
그동안 고립된 슬픔들과 시련들이 충돌하여
오랜동안 빚어진 검은 그림자는 만신창이로 남아있었고
실망들과 분노들과 좌절들이
그야말로 친할 수밖에 없었던 연관성을 호되게 견주어보니
그 사연을 조심스레 깨닫고야 말았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을 가두는 감옥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감성의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는
그 감옥에서 탈옥하기 위하여 귀중한 열쇠 하나씩을
정교하게 설계해야합니다
곧 신선한 태양이 우렁찬 희망의 노래를 안고서
분홍빛 풍금속으로 세세히 스며드는 그날이 다가오면
무겁던 곰팡이의 기억들이 비로소 증발할 것입니다
☆ 글쓴이 소개☆
*대한민국시인 文名최마루님의 글입니다.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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