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름발이
詩최마루
엉겅퀴에 발목이 걸려 아킬레스건이 오작동일 때
절뚝이는 세상엔 절름발이가 다소 어울리오
오늘은 볼펜도 알이 쏘옥 빠졌소
형광등 불빛도 미친듯이 깜빡이오
컴퓨터 자판은 자음이 그려지지 않아 이빨 빠진 시가 되었소
저녁에 고등어찌개가 십 여일전인걸 모르고 먹었더니 배가 심히 아프오
갓낸이부터 엄마의 젖이 부족해서 쌀뜨물로 연명했는데 지금까지 이러고 있소
살다보니 내 집과 부모님 집을 한꺼번에 사기당해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오
걸레처럼 살다보니 직업도 수 십 여개로 안 해본 것이 없어 나름 만물박사지만
지인들에겐 능력 없는 놈으로 욕과 핀잔을 무례하게 잔뜩 받았소
이유야 간단하오
첫 단추부터 개약직이라 그 굴레가 엄청이나 잔인 하였소
사회생활 수십 년에 똑똑한 놈이나 영악한 놈들은 제법 만났으나
나처럼 멍청한 놈은 거의 없었소
언제부터인가 매일 밤 극심한 스트레스로 가위에 눌리고 시상에 눌리고
뒤숭생한 꿈으로 내 기린같은 목을 밤새도록 잔뜩이나 조르오
어느덧 술과 담배가 나의 절친한 친구가 될 수밖에 없었소
국수 한 그릇도 편히 삼키지 못하니 사는 게 참 별스럽소
생전 부모님이나 형제들에게도 사람구실 제대로 못해봤소
이렇게 삶이 눅눅하니 세금납부 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이오
이게 어디 진정 사람 사는 세상이라 하겠소이까
남의 속사정 세세히 모르는 타인들은
그저 못난이의 단순한 불평불만이라 생각해도 좋소
내 어느 날 시간이 잠시 허락되어
세상 밖으로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니 온통 엉망이외다
뉴스의 여러 사건사고를 보노라면 모두들 참으로 딱하오
여기 좁디좁은 여백의 한 자락에
모든 이들의 인생사 사례들을 피력하자니 내 손가락이 무척이나 아프오
주변을 둘러보면 고민의 보따리 크기는 다르겠지만 누구나 다 있을 줄 아오
그게 다 이승의 사람살이외다
언제 누구라도 스칠 기회가 있다면 생면부지래도 곡차나 한 잔 하오
끝으로 내 소원이 하나 있다면
고요로운 세상에 천사같은 마을에서 이슬처럼 꽃잎처럼
그 무엇이 되어 살고 싶소
다만 마음이 편했으면 하오
행복까진 조금도 바라지도 않소
여태 개같이 살면서 무슨 일이든 마지막 결과에서 나는 수없이 많이 다쳤소
다만 멀쩡한 건 머리카락뿐이오
그러나 아직은 거하게 웃음이 남아 있소
개중 내생에 가장 복 받은 것은 아내와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쁘오
지금까지 가족에게 너무나 미안하기 그지 없소
근래는 내 마음에 짜증이 부지런히 용솟음치오
매일 새로운 욕을 해도 그 욕에 성미가 풀리질 않소
할 말은 너무도 많으나 치부가 드러나는 것 같아 내심 부끄럽소
나름대로 세상을 풍자해보니
내 삶도 제법 코미디였음이외다
☆ 글쓴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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