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레를 지우고
詩최마루
흑판같은 밤인데 매일 술독에 절인 감잎처럼
유년시절부터 청년기까지 아버지는 늘 검붉게 나타났다
이웃들은 명태처럼 홀쭉히 잠들었지만
복어처럼 독이 오른 우리가족
달빛처럼 우울한 날이면
나는 숙제를 마치고 이불속으로 굼벵이처럼 늘어져야했다
차마 죽음을 알기 전에 희망을 애타게 찾았지만
냉정하게도 나에겐 섞어빠진 별들만 안겨 주었다
밤새 울고 또 울고
그러다가 더벅머리 총각이 되었을 때
나비처럼 춤추는 시향을 꽃빛처럼 사랑하기 시작했다
군입대전 날까지 아버지는 연탄같은 얼굴에 피멍이 들어
나의 곪아터진 가슴에 깊은 상흔을 개밥처럼 던져주었고
후레자식처럼 강원도로 달려갔다
분노의 총소리에 전날의 나는 깔끔하게 죽었다
군복을 벗고 희미한 동굴을 걸어 나와 양복을 입었지만
어릴 때 그을린 얼굴빛은 나도 모르게 아버지를 닮아갔다
안타까운 것은 내 아우까지
태양빛에만 나타나는 내 뒤의 잔잔한 그림자처럼
이제 목각같은 온몸을 쥐포인양 구워서
비릿해도 달콤한 기억만을 사금으로 찾아
예전의 구슬처럼 떨어지는 걱정들을
칼위에 춤추는 달빛으로 묵묵히 씻고 지워야겠다
☆ 글쓴이 소개☆
*대한민국시인 文名최마루님의 글입니다.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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