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明 최마루 시인의 고혹한 시어는 언제나 분홍빛 나비로 화하여 영롱한 시향과 함께 영속의 숱한 세월들을 수려하게 채색해갑니다

대한민국 시인 文明 최마루의 시어 탐구는 광활한 우주를 표표히 너머 외계의 이채로운 물음표에 살포시 안착해봅니다

최마루 시인의 은은한 분홍빛 선율 속으로 휩싸여버린 숭고한 사색!

바람처럼 흩어진 발자취를 음미하며

손수레

시인 文明 최마루 2013. 4. 18. 22:55

손수레


                            詩 최 마루


아주 오랜 기억입니다


사십여 년 전 아니 그 전전부터

대구 서부정류장에는 손수레꾼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에게는 명색이

정해진 수고비조차 없이 그냥 흥정뿐인지라

자신들의 모습과 닮은 손수레 하나씩을 답삭 쥐고는

오로지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느 날 오래간만에 시골로 가셨던 어머니가

매우 남루한 손수레를 아주아주 힘겹게 미시며

오십 중후반쯤의 아저씨와 함께 대문 앞으로 오셨습니다

우리 집은

정류소에서도 한참은 떨어진 외딴 오르막 동네였지요

짧은 순간 그분을 뵈었지만

아저씨 얼굴은 막 세면을 하고 나온 사람 같았습니다


다행히도 옆집이 막걸리 가게여서

어머니가 노임외 오십 원짜리 왕대포를 대접 하시더군요

아마도 오아시스같은 한잔의 하얀 막걸리가 나오기까지

목마름에 지치어 맥없이 입맛을 다시던 아저씨에게는

무척 오랜 시간이었을 겁니다

이어 투박한 대접에 넘치게 담긴 술이 슬금 나오자

재빨리 받아 마시던 아저씨의 가냘픈 울대가

상하로 신나게 움직였습니다

굉장히 어린 내가 보아도 달콤하게 기쁘더군요


곧장 빈 수레를 이끄는 아저씨의 나른한 뒷모습에

나만의 애련한 정들이

나조차도 모르게 그렇게 손수레에 올라 타버렸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예전 아저씨가 그토록 달게 자시던 그 막걸리를

좋은 안주와 함께 진심을 다하여 접대하고만 싶은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까지 손수레 아저씨는 생존하여 계실까요


문득 문득이지만

내 조그마한 추억의 한 켠만이 못내 아릿할 뿐입니다



* 못내 : 자꾸 마음에 두거나 잊지 못하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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