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明 최마루 시인의 고혹한 시어는 언제나 분홍빛 나비로 화하여 영롱한 시향과 함께 영속의 숱한 세월들을 수려하게 채색해갑니다

대한민국 시인 文明 최마루의 시어 탐구는 광활한 우주를 표표히 너머 외계의 이채로운 물음표에 살포시 안착해봅니다

최마루 시인의 은은한 분홍빛 선율 속으로 휩싸여버린 숭고한 사색!

바람처럼 흩어진 발자취를 음미하며

우동 한 그릇

시인 文明 최마루 2013. 5. 30. 23:08

우동 한 그릇


                                 詩 최 마루


군을 제대한 후 얼마지 않은 늦가을

영업직 아르바이트로 잠시 근무 중일 때였습니다

점심때가 되어 동료 두 명과 조그마한 중국집에

짬뽕을 주문하고는 여러 신문을 보고 있었지요


그런데 가게 문이 힘없이 열리더니

팔십 세가 족히 넘어 보이는 남루한 할머니가

우동 한 그릇을 줄 수 없냐고 부탁을 합니다

예상외로 

주인은 불퉁하게 떠밀면서 무조건 나가라더군요


동료들은 힐끔거리다가 신문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측은지심이 움직이는 듯했으나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겨우 천사백 원짜리 우동 한 그릇인데

짧은 순간의 작태들에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해서 주제넘게도 나지막하게 내가 계산할 테니

할머니께 우동 곱빼기를 함께 주문했습니다

그제야 주인은 말없이 주방으로 들어가더군요


잠시 묘한 침묵이 흘렀고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는 연신 모기만한 소리로

고맙다며 무안하게 인사를 건넸지만

오히려 제가 화끈거리는 게 미안했습니다


겨우 밀가루 한 뭉치에 종이컵 두 세잔의 국물인데

비참한 노년의 삶이란 게 너무나 마음 아파서

순간 울컥거리며 식당을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을

일부러 신문활자와 어색하게 마주하였습니다


식사는 시작되었고 작은 체구에 다 드실 수는 있을까

슬쩍 건네 보는데 할머니는 숨을 여러 차례 쉬어가며

우리와 비슷하게 끝내는 걸 보고 눈알이 시려왔습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문득 그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오늘은 퇴근 후

사랑하는 어머니께 전화라도 한통 올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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