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러지
詩 최 마루
하필
투박한 생의 길목에서
근심의 모자를 덮어쓰고 벌레처럼 끌려 다녀야 했다
비극의 시간도 그 버러지처럼 스무네 개의 발들로 분주했다
손가락질의 음흉한 흉계도 독기가 서린 듯 매우 난삽했다
이어
희곡의 막과 장처럼 연이어 발광의 풍경은 재현되었다
가장
어두운 세상의 조명은 심각한 파편들과 신실한 기억의 조각들로
온통
사지가 널부러진 낡은 추억으로 억세게 춤출 뿐이다
책을
파먹는 행복한 곤충은 이미 선사시대부터 죽어 있었다
여느 돌에 핀 사나운 꽃처럼
여태
살아온 세상으로 연륜의 모자는 고개를 숙이다
그 모자 안에 충만함이 가득한 예감의 독충이
고뇌함의 이유로 한참 난도질당하는 모양에
독무대의 잔인함을 또 상기하며 한껏 치를 떨어야만했다
다만
소릇이 지나는 꿈이길 한차례 소원하며
더러운 굴속으로 벌레의 숙명을 기어이 이어서 가다
☆ 글쓴이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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