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詩 최 마루
아픔과 진한 고독이 있었기에
그늘진 고통은 늘 고뇌하는 이의 주위로
가시처럼 참혹하게 돋아나 있었다
사랑조차 몰라서 사모도 몰라서
짐승과 같은 몽매의 삶 안으로 동안
뜨거운 열정은 본능으로 꿈틀거렸다
아름다운 세상으로 귀하게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자르지 않은 머리카락은
철새를 따라 태양을 향하여 달려갔다
하물며 부질없는 중년의 세월에 지치어
외로운 바람따라 늪으로만 빠져드는
오랜 궁금증의 고름이 욕심만큼 농후하다
언젠가 여릿하게나마 생각해보았다
나의 기쁨도 숨 쉬는 곳에선 만찬이기에
한많은 세월의 고리타분한 길목으로
누군가의 자상한 방패가 되리라!
해가 기울면 언제라도 깃을 접을 터
뜻하지 않게 힘이 오르는 날마다
억눌린 시어들을 제법 꽃인양 고루어서
이토록이나
아름답게만 또 하필 정성들여 지어보노라!
* 하필(下筆) : 붓을 대어 쓴다는 뜻으로 시나 글을 짓는 것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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