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실색
詩 최 마루
어느 가을 새벽녘이었습니다
욕실에서 변기속의 생쥐와 마주쳤습니다
물기 묻은 생쥐의 털이 곤두서있는 모양새가
허억! 질겁의 비상사태에 돌입해버렸습니다
졸음이 익어가는 도중에 머리가 하얘지는 순간
생쥐는 용수철처럼 필사적 튀어 올랐고
떠름한 이놈이 어디서 침투했던 간에
단 일 이초에 짐작의 승부는 끝이 났지만
징그럽고도 떨리는 미묘한 당혹스러움은
당분간 그 자리에서 어찌할 줄을 몰랐습니다
살다보니 참 별꼴 다 본다더니 꿈도 아니고
아예 잠이 싹 달아나버렸습니다
평소에도 갖은 벌레부터 거미 개미 바퀴벌레
아! 이제는 섬뜩하고 징글맞은 생쥐까지
번듯한 도심의 양옥집에 미개인처럼 살자니
적응의 시차가 너무나도 얄미워집니다
* 2013년 9월 13일 자택에서 새벽 1시 34분경 창작품의 퇴고를 마친 후 졸음
이 와서 소변 후에 잠을 청하려 불을 켜고 욕실에 들어간 찰나 아! 하얀 변기에
서 어른 주먹만한 시커먼 쥐가 떡 버티고 있었으니 순간 얼마나 놀랬는지 당시
흠뻑 젖은 쥐의 털은 바늘처럼 서있었고 마주친 쥐조차 공포에 질린 눈동자가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저 역시 도심지에서 쥐를 본지가 참으로 오래 되었으니 더군다나 이런 황당한
경우는 여태까지 처음이었지요
아마도 가족들 중 여성이나 특히 섬약한 아이들이 맞닥트렸다면 그 트라우마가
얼마간 지독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주 미어집니다
그것도 저희 집에 양상군자보다 더 징그러운 녀석이 변기속을 타고 감히 허락없
이 찾아와서 본의 아니게 저에게 죽임을 당했으니 그 꼬리가 또 얼마나 징글징
글하게도 길든지 아! 며칠간은 된통 햇갈리는 날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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