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돌
詩 최 마루
훈련소에서 며칠 만에 큰 싸움이 났지만
동기생들의 만류로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만약 빨간 모자 아저씨가 눈치라도 챈다면
내무반 동기들은 거의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군은 엄격한 규율의 강인한 단체생활로
오직 명령에 죽고 사는 초헌법주의로
동기는 뜨거운 형제애 이상이었습니다
아울러
군기에 목숨을 다하는 군대에서 동기란
나이를 떠나 학력을 떠나 한 몸이었으며
모든 것이 통하지 않는 새로운 세상이므로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후 둘은 어디서나 눈만 마주쳐도
사자와 호랑이처럼 틈만 나면 싸우더군요
입대 전까지 전혀 모르는 사이였는데도
너무나 원수처럼 죽일 듯이 어르렁거리니
불똥은 애궂게도 훈련소 전체로 퍼져서
매일이 공포분위기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일석점호 중에 작은 녀석이
일명 깎쇠를 자원하고 나섰습니다
훈련 이주 차 오랜만의 평화로운 공휴일
차례대로 조용히 이발을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큰녀석이 등장하는 순간
동기들은 모두 긴장 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야무지게 생긴 작은 녀석이 예상외로
큰녀석의 머리를 멋지게 깎아 내립니다
우린 모두 초긴장 상태에서 그들만 지켜보며
제발 아무 일이 없기를 기원했지요
아니 오히려 다른 동기생들보다
더욱 머리태가 나도록 정성껏 깎아주기에
화해 분위기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앞머리만 조금 길게 남겨두곤
큰녀석에게 낡은 거울을 슬쩍 보여줍니다
그놈도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작은 녀석이 묘한 웃음을 보입니다
얼마간 잔머리를 정성껏 정리하는 듯하더니
순간 앞으로 다가가서는
냉큼 앞머리를 사정없이 잘라버립니다
그리곤 큰녀석에게 거울을 쥐어주는데
우린 모두 아연실색을 했습니다
영구였습니다
정말 배꼽이 울렁거릴 정도의 영구였습니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바로
난투극이 벌어졌고 야삽이 공중을 날읍니다
한창 젊은 나이에 군대싸움은 전투이기에
치명적인데다가 정말 살벌했지요
그렇게도 간절히 싸움만은 바래지 않았는데
우루루 군화소리에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더니
완전군장에 전원 30초 내로
연병장 대기 명령이 불같이 떨어졌습니다
사건의 시각이 모월모일 13시 48분 03초
토끼같은 우리들은
불안과 창백한 얼굴로 정신없이 뛰어나갔습니다
금쪽같은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18시까지 완전히 파김치가 되도록
고행을 나눌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건 그놈들이 미워야만 하는데
몸이 너무나 고통스러우니 미움조차 없어지더군요
누구나 아무 말 없이 빨간 모자의 칼같은 명령에
면도날처럼 쉴 새 없이 움직였습니다
제대한지 20여년이 지났지만
그날 몇 시간의 고통이 이렇게도 지문처럼 남을지
아! 여태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끔찍합니다만
푸른 군복의 동기애란 것이
아직까지 참으로 묘상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 글쓴이 소개 ☆
*대한민국 시인 文明 최마루님의 글입니다.<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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