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취기
詩 최 마루
지겨움이 몰려온 몇 년 전부터
한동안 술을 끌어안고 살았습니다
제정신으론 시어의 화려한 꽃말들이
사방으로 불꽃마냥 혼동이 되더군요
독한 알코올이 목젖을 타고들 때
단아한 꽃잎이 서서히 기지개를 켭니다
시인이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시작노트에 쉬이 곰팡이가 쓸지요
오늘은 어묵국물에 내일은 동태전
비오는 날은 파전 우울한 날엔 두부김치
기쁜 날엔 모듬전 반가운 이와는 왕대포
매일마다 갖가지 안주의 차림표는
쳇바퀴마냥 순순히 잘도 돌아갑니다
까닭이 있든 없던 술을 만난다는 것은
고결한 시인의 춤사위일 뿐
어쩌다가 취기가 아주 넘치면
모래성에 훌륭히 드리운 명예마저
타박상으로 남아있지도 않을 것이기에
추락을 염려하는 이는 그림자조차도 없을
이 세상에서 가장 고혹한 자들이니까요
곡주가 익어가는 시간마다
시인의 고상한 시어는
이미 취기에서 활활 타올라버렸습니다
* 고은 시인께서도
요즈음 시인들은 술을 잘은 아니 마신다고 지적해주셨는데
참으로 적당하신 말씀 같습니다
그렇다고 넘치면 그것도 곤란한 일이지요
☆ 글쓴이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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